[주말기획] 꿈의 무대 EPL 이적, 손흥민의 ‘무한도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8월 28일 05시 45분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을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행을 택했다. 2010년부터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영플레이어로 각광받아온 그가 환경변화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을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행을 택했다. 2010년부터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영플레이어로 각광받아온 그가 환경변화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손흥민은 왜 토트넘을 택했나?

1. 익숙한 독일 떠나 새로운 무대 도전장
2. 지속적 러브콜 토트넘의 진정성에 결단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손흥민(23)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전통의 명문’ 토트넘 홋스퍼 이적을 택했다. 계약기간, 연봉 등 세부 조건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손흥민은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토트넘이 자리한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고, 이적료 추정치(3000만 유로·약 403억원)까지 등장하는 등 사실상 공식 발표만 남겨놓은 분위기다.

독일과 영국에서 관련 보도가 쏟아진 26일 오후부터 27일 새벽(한국시간) 사이, 토트넘과 레버쿠젠의 반응은 판이하게 달랐다. 토트넘에선 “아무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예상된 대답을 반복한 반면, 레버쿠젠 로저 슈미트 감독은 직접 나서서 “손흥민이 토트넘을 선택했다. (27일 새벽 현재) 계약이 완전히 성사된 것은 아니더라도 이번 건이 거짓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리버풀에서 토트넘까지

사실 토트넘이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손흥민이 함부르크SV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며 에이스로 성장한 2012∼2013시즌을 기점으로, 수년간 유럽축구 이적시장이 개장될 때마다 손흥민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독일과 잉글랜드에서 시작됐다. 차이는 있었다. 분데스리가에선 재정적으로 탄탄한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정도로 예상 행선지가 한정된 반면 EPL에선 수많은 클럽들이 러브콜의 진원지로 등장했다. 아스널, 리버풀, 첼시, 토트넘 등 굵직한 명문들이 거론됐다.

토트넘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등장한 것은 올 1월이었다. 리버풀과 다시 한 번 맞물렸다.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다만 무게는 리버풀에 더 쏠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5월에도 영국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손흥민의 리버풀행 가능성을 제기했다. 단순접촉 이상의 뭔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기류가 감지됐지만, 당시 손흥민은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장기계약이 된 이곳에서 펼쳐질 미래가 기다려진다”는 말로 진화에 나섰고, 구단도 손흥민을 2015∼2016시즌 새 유니폼 메인 모델로 등장시켰다.

● 절실한 토트넘의 마지막 베팅

그러나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손흥민의 최측근은 “리버풀에 초점을 두고 협상이 진행돼왔다. 토트넘과는 7월 중순부터 이적 이야기가 오갔지만 딱히 진척이 없었는데, 최근 며칠 새 급물살을 탔다”고 밝혔다. 여름이적시장 폐장(8월 31일 자정·현지시간)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버풀이 기존 멤버들의 잔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 토트넘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라멜라(아르헨티나)의 임대가 성사 단계에 이른 가운데, 1순위 영입 대상으로 찍은 웨스트브롬위치 베라히뇨(부룬디)가 잔류를 선언해 선수단 운영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다급해진 토트넘은 다시 손흥민을 떠올렸고, 마지막 베팅에 돌입했다. 독일유력지 빌트가 보도한 손흥민의 바이아웃은 2250만유로(약 275억원)로, 이 금액 이상을 제시하는 구단이 나타나면 레버쿠젠은 선수 의사에 따라 이적을 허용해야 한다.

● 왜 하필 EPL이었나?

물론 의문은 남는다. 레버쿠젠에서 충분한 성공스토리를 써 내려가던 시점에 대체 왜 이적을 택했는지, 어째서 행선지를 EPL로 삼았는지에 대한 당연한 궁금증이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얼마간추측은 가능하다. 핵심은 돈이 아닌, 도전이다.

손흥민은 자신이 몸담은 분데스리가 외에도 EPL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에도 관심이 많았다. 과거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해외 생활은 계속 독일에서만 해도 좋다”고 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을 전제로 한 질문은 피하지 않았다. “또 다른 도전의 순간이 온다면 다른 선택(독일이외 이적)도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1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어릴 적부터 오랜 시간을 보낸 독일에서의 익숙함에 안주하는 대신,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겼을 수 있다. 새로운 환경과 전혀 다른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픈 욕심을 가졌을 공산도 크다. 따라서 동경해온 EPL은 분데스리가 못지않게 매력적 무대였다.

더욱이 손흥민은 쉽게 자신의 행선지를 선택하지 않는다. 2013년 여름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을 때도 도르트문트 등 여러 클럽들이 접촉해왔다. 이 때 그가 정한 기준이 있었다. 진정성이다. U-19(19세 이하) 함부르크 유스팀에 머물 때부터 레버쿠젠은 꾸준한 관심을 표명해왔다. 2012년 여름이적시장 당시에도 영입을 타진했다. 토트넘 역시 지속적인 러브콜로 손흥민의 마음을 돌렸을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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