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철 기자의 파넨카 킥]이정협 없는 슈틸리케호, 정통 원톱 시스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최전방 킬러 막는 기술 발달하며 2선 공격수 의존이 세계축구 대세
압박 강해져 원톱 부활 가능성도… 석현준, 끊어진 계보 이을지 관심

상주의 이정협이 26일 K리그 챌린지 28라운드 경남과의 경기에서 안면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상주의 이정협이 26일 K리그 챌린지 28라운드 경남과의 경기에서 안면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24·상주 상무)이 부상으로 축구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이에 따라 대표팀의 공격 전술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26일 열린 K리그 챌린지 경기에서 안면복합골절을 당한 이정협은 27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라오스(9월 3일), 레바논전(9월 8일)에서 제외됐다. 대신 일본 프로축구에서 활약 중인 김민우(25·사간 도스)가 대표팀에 발탁했다. 공중볼 다툼을 벌이다 상대 선수의 머리에 얼굴을 맞은 이정협은 시즌 아웃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정협은 상대 문전에서 폭넓게 움직이며 수비를 분산시키는 데 능하다. 슈팅 능력이 좋고 골 결정력이 높은 ‘정통 원톱’과 비교하면 팀플레이에 헌신적인 선수로 볼 수 있다. 대표팀에서 그의 역할도 이청용(27·크리스털팰리스) 등 2선 공격수에게 침투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었다. 이정협의 공백으로 대표팀의 공격 전술은 정통 원톱에 가까운 석현준(24·비토리아)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 한국 축구는 원톱에 의한 공격에 강했다. 황선홍(현 포항 감독) 최용수(현 FC 서울 감독) 등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몸싸움으로 이겨낸 뒤 동료의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그러나 원톱보다는 2선 측면 공격수들이 중앙으로 침투해 득점을 노리는 전술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한국의 원톱 계보도 끊겼다. 최근에는 유소년 선수들도 원톱보다는 2선 공격수를 선호한다고 한다. 함상헌 신정초교 축구부 감독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 현재 세계 축구를 주름잡고 있는 공격수들은 대부분 측면에서 활약하는 2선 공격수다. 이 때문에 스타 선수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어린 선수들도 2선에서 뛰고 싶다는 요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정통 원톱의 부재는 한국 축구의 고민만은 아니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 브라질은 2015 코파아메리카에서 득점을 책임질 원톱을 찾지 못해 8강에서 탈락했다. 세계 최강의 미드필더들을 보유한 ‘무적함대’ 스페인은 ‘제로톱’(정통 원톱보다 미드필더를 공격에 활용하는 전술)까지 사용했으나 한계를 느꼈다. 결국 스페인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스페인과 브라질 국적을 모두 보유했던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를 귀화시켰다.

원톱이 사라진 원인은 문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수비하는 전술의 발달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2선 공격수에 의한 공격도 최근에는 강한 중원 압박 수비로 차단되고 있다. 원톱 공격 전술이 다시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월드컵 등 큰 무대에서는 상대 수비 전술에 맞춘 다양한 공격 루트 확보가 필수적이다. 정통 원톱 전술의 시험 무대가 될 수 있는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슈틸리케호가 2선 공격 외에 추가적인 공격 루트를 완성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정협#슈틸리케#원톱#석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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