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규는 30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파72)에서 열린 제58회 KPGA선수권(총상금 8억원·우승상금 1억6000만원)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 잡아내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24언더파 264타를 적어낸 장동규는 2002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한국오픈에서 세운 최저타(23언더파 265타) 기록을 13년 만에 경신했다. 4라운드 동안 이글 1개와 버디 25개를 잡아냈고, 보기를 3개 밖에 하지 않았다.
2008년 투어에 데뷔한 장동규는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생각처럼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2010년 유진투자증권오픈과 CJ인비테이셔널 2위가 역대 최고 성적. 국내에서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장동규는 해외에서 먼저 우승의 한을 풀었다. 2012년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고, 2014년 미즈노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신고했다.
장동규의 날이었다.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장동규는 전반 9홀에서 버디만 3개 골라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이수민(22)과 박효원(28)도 버디 행진을 펼치며 계속해서 선두 다툼을 벌였다. 후반 10번홀부터 시작된 장동규의 버디쇼가 승부를 갈랐다. 10번(파5)과 11번홀(파3)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한발 앞서 나갔고, 12번홀(파3)에서 약 20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집어넣으면서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려 놨다. 13번과 14번홀(이상 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장동규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초등학교 졸업 후 남아공으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영어도 배우고 공부를 하면서 골프를 함께 배우기 위해 3년 동안 유학생활을 했다. 장동규는 당시의 생활이 프로골퍼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골프선수로는 약점도 있다. 시력이 좋지 않다. 날아가는 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린의 미세한 경사까지 살펴야 하는 프로골퍼에겐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로 인해 동그란 안경을 쓰고 경기한다.
장동규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줬다. 특히 최저타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일본에서 1승을 거뒀지만 국내에서 우승이 없어서 그런지 나에 대해 잘 모르는 팬들이 많았다. 이번 대회에서 나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우승하고 싶었다”면서 “기록을 경신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오히려 기록을 모르고 경기를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작년 허인회 선수가 일본투어 도신토너먼트에서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됐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