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유소년배구 현장 목소리에 귀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1일 05시 45분


지난해 열린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는 최근 수년새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몰렸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여자부 9월 9일, 남자부 10월 1일로 나눠 진행된다. 스포츠동아DB
지난해 열린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는 최근 수년새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몰렸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여자부 9월 9일, 남자부 10월 1일로 나눠 진행된다. 스포츠동아DB
한국배구연맹(KOVO)은 31일 2015~2016시즌 남녀 신인드래프트 개최 계획을 발표했다. 여자는 9월 9일, 남자는 10월 1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각각 실시한다. KOVO는 같은 날 남녀 신인드래프트를 열려고 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따로 개최하게 됐다. 이미 끝났어야 할 대학리그가 메르스로 연기되면서 대학팀이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드래프트가 일찍 열리면 프로팀에 지명 받지 못한 선수들의 의욕이 사라진다고 현장 감독들이 하소연해 남자 드래프트만 뒤로 미뤘다.

● 드래프트 참가자격과 선발방식은?

여자부는 여고 졸업 예정자나 고교 이상의 학력을 지닌 선수가 대상이다. 드래프트 신청서를 제출해야 참가할 수 있다. 원곡고 강소휘가 1순위 지명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에 비해 즉시전력으로 쓸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평가다. 남자부는 대학교 졸업예정자와 재학생 가운데 학교장의 추천서를 받은 선수, 고교 졸업 예정자가 대상이다. 성균관대 1학년 세터 황택의의 선택이 궁금하다. 변수는 학교장 추천서다. 남자부는 여자부와 달리 추천서가 필수다. 성균관대 측은 이미 부모님과 협의를 마치고 내부단속을했다고 믿는다.

선발방식은 하위팀에 한해 확률추첨을 진행하고 상위팀은 성적 역순으로 지명한다. 여자부는 지난 시즌 6위 인삼공사가 50% 확률, 5위 GS칼텍스가 35% 확률, 4위 흥국생명이 15% 확률이다. 이후 현대건설~도로공사~IBK기업은행의 순으로 선발한다. 남자부는 7위 우리카드가 50% 확률이다. KB손해보험이 35% 확률, 현대캐피탈이 15% 확률이다. 이후 대한항공~한국전력~삼성화재~OK저축은행의 순으로 선수를 뽑는다.

● 드래프트 앞두고 큰 공감대 형성한 입단지원금 배분 문제

현재 대학과 여고팀의 관심사는 입단지원금의 배분 비율이다. 8월 25일자로 스포츠동아가 유소년배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 중 하나로 왜곡된 입단지원금 분배구조를 보도한 뒤 많은 배구인들이 문제점을 인식했다.

대학배구연맹과 KOVO가 조정위원회를 통해 비율 조정에 많은 합의를 이뤘다. 이세호 대학배구연맹 전무는 “명분만 있다면 지원금을 받지 않고 유소년에 지원하겠다는 대학 감독도 있다.

배분 비율이 문제가 아니다. KOVO와 프로구단이 유소년을 위한 장기 플랜을 세워서 보여주고, 각 주체가 일정액을 부담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 좋은 양성계획을 세우고 많은 기금을 모아 유소년선수를 발굴하는 일에는 대학배구연맹도 기꺼이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여고팀을 대표하는 몇몇 감독들은 3일 KOVO와 지원금 분배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다.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느냐에 따라 입단지원금 배분의 큰 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KOVO는 27일 구자준 총재에게 유소년배구 발전 방안을 보고했다. 구 총재는 “모두가 인정하는 합리적 지원금 배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유소년배구 현장의 목소리는?

초등배구연맹에서 오랫동안 전무로 일했고, 안산 서초등학교를 여자배구 명문으로 키워낸 이병설 선생님은 배구 지도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현장의 어려움을 4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가 학교의 책임자인 교장이 운동부를 대하는 의식의 문제라고 했다. “힘들게 운동부를 육성할 메리트가 없다. 책임과 문제만 있어서 쉽게 선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가 운동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이미지. “긍정적 보도 대신 부정적 시각을 만들어 학교에서 쉽사리 운동부를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세 번째로 낮은 성공확률을 들었다. “운동을 잘해서 성공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쉽게 자녀들에게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 선수 뒷바라지의 어려움보다는이 문제가 크다”고 했다. 네 번째로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선생님의 전문성 부족과 지도자의 책임감을 들었다. “초등학교 배구는 대부분 체육담당 선생님이 감독을 맡는데, 업무가 힘들고 책임만 있어 오래 하지 않는다. 교사는 운동부보다 수업이 우선이다. 축구, 야구는 따로 감독을 채용하지만 배구는 그렇지 않다. 결국 코치 위주로 팀이 돌아가는데, 보수가 월 150만~200만원에 불과하다. 코치가 큰 책임감을 가지고 선수를 발굴하고 연계 지도하는 구조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육성계획이 나오지 않는 이상 돈만으로는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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