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폭풍전야다. 5위를 두고 벌이는 외나무대결 자체로도 빅 매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KIA와 한화의 감정은 썩 좋지 못하다. 시즌 내내 만나기만 하면 사구가 난무했고, 팬들까지 가세해 장외 여론전이 펼쳐졌다.
KIA와 한화는 4월 29일 첫 대결을 치렀다. 5월 6일에는 KIA가 김광수, 유창식, 노수광, 오준혁을 받는 대신 한화에 임준섭, 박성호, 이종환을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할 만큼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5월 26∼28일 대전 3연전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첫날 KIA 임준혁이 1회 한화 김경언을 맞혔는데, 바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될 만큼 부상이 중했다. 27일에는 4회 KIA 최희섭과 이범호가 한화 배영수에게 연속 사구를 맞았다. 최희섭은 이때 공을 피하려다 허리 디스크가 재발해 아직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범호도 사구의 여파로 28일 경기에 선발출장하지 못했다. KIA는 26일 승리 후 27∼28일 연패를 당했다.
KIA는 7월 31일∼8월 2일 대전 원정 3연전 싹쓸이 승리로 빚을 갚았다. 공교롭게 이때도 3연전의 첫날 1회말 한화 이용규가 KIA 박정수의 투구에 맞고 쓰러졌다. 고의성이 없었고 KIA가 정중히 사과했으나, 이용규의 이탈 직후 한화는 7연패에 빠졌다. KIA는 1일 마무리 윤석민의 3이닝 세이브에 이어 2일에는 에이스 양현종을 9회 전격투입했다. 특히 2일 KIA 김기태 감독의 9회말 끝내기 심판합의판정은 압권이었다. 이때부터 야구계에선 “김기태 감독이 한화를 상대로 정말 독하게 야구한다”는 말이 나왔다.
5위 경쟁자로 만난 8월 22∼23일 광주 2연전에선 양 팀은 1승씩 나눠가졌으나, 갈등구조는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23일 일부 KIA 팬들이 한화 중견수 이용규에게 욕설과 오물을 던지는 사태가 빚어졌다. KIA도 이날 나지완, 이홍구, 김호령 등 무려 3명의 타자가 사구를 맞은 데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용규와 같은 포지션인 김호령이 7월 31일 이용규가 맞았던 부위와 똑같은 데를 맞자 의도를 의심하며 격앙됐다.
사구로 인한 부상자가 쏟아지고, 순위싸움까지 격렬해지자 사이버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팬들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1∼2일 맞대결은 대전구장보다 작은 청주구장에서 벌어진다. 작은 불씨만 발생해도 일이 터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돈다. 야구장 안전까지 만전을 기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