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우울하다. 5월 중순만 해도 ‘삼성의 대항마’로 불렸는데 9월 현재 5위에 목을 매달고 있다. 그나마 7일까지 5위 한화에 2.5경기차로 뒤진 8위다. 8월 이후 성적만 떼어내면 11승20패로 전체 꼴찌다. 최악의 성적에 코칭스태프, 선수단, 프런트 모두가 할 말을 잊었다. 그러나 이런 아픔 속에서도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SK의 성적이 좋지 못할수록 ‘과거의 영광과 이제 결별하고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SK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기는 경기에서 ‘젊은 피’들이 돋보이는 것은 희망적이다. 이명기(28), 김성현(28), 이재원(27) 등이 이들 또래의 선두주자 최정(28)과 함께 후반기 팀 타선을 떠받치고 있다. 여기에 이적생 정의윤(29)이 가세했다.
이명기는 SK 유일의 3할타자(0.324)이자 최다안타(139개) 타자다. 이재원은 팀 내 압도적인 타점 1위(92개)다. 후반기 체력 한계를 노출하고 있으나, 거의 풀타임 포수를 맡고 있다. 김성현도 후반기 타율이 0.333, 장타율이 0.528에 달해 ‘공격형 유격수’의 가능성을 열었다. 정의윤은 LG에서 옮겨온 이후 SK에서만 6홈런 23타점을 쏟아냈다. 36경기에서 타율은 정확히 3할이다. SK의 2016시즌 설계에서도 이들 4명에 프리에이전트(FA) 장기계약자 최정, 김강민(33)이 야수진의 주축이 될 전망이다.
마운드에선 잠수함 박종훈(24·사진)의 선발 정착이 최대 수확이다. 박종훈(96.1이닝 4승7패)은 메릴 켈리∼김광현에 이어 SK에서 3번째로 100이닝 투수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박종훈이 5선발 역할을 지금처럼 해주면, 2016년에는 부상에서 복귀할 윤희상(30)과 새 외국인투수로 선발진을 채울 수 있다. SK의 강점으로 꼽히는 불펜진에선 FA를 앞둔 좌완 셋업맨 정우람(30)의 위력(60.2이닝 83삼진)을 확인했다. SK는 정우람의 잔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