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내내 팽팽하게 이어졌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다툼이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LA 다저스가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3연승을 거둔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 4연전에서도 3승1패를 기록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자이언츠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부터 5일까지 7연패의 수렁에 빠지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다저스는 8일 LA 에인절스마저 7-5로 꺾고 자이언츠와의 간격을 시즌 최다인 8.5경기차까지 벌렸다. 아직 이달 말 두 팀의 4연전 맞대결이 남아있지만,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는 자이언츠를 따돌리고 지구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다.
● 클레이튼 커쇼의 리더십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사진)는 1988년생으로 이제 27세에 불과하지만, 빅리그 8년차의 베테랑이다. 올 시즌에는 팀 동료 잭 그레인키의 기세에 눌려 통산 4번째 사이영상 수상이 쉽지 않은 형편이지만, 이미 생애 최다인 251개의 삼진을 잡아냈을 정도로 막강한 구위를 뽐내고 있다.
커쇼는 공만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다저스의 리더로서 팀 동료들을 잘 이끌고 있다. 지난달 24일 다저스는 커쇼가 8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음에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3으로 역전패했다. 올 시즌 첫 5연패의 수렁에 빠진 다저스는 지구 2위 자이언츠에 1.5경기차까지 쫓겼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커쇼는 “매우 심각한 지경”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불펜이 승리를 날리고 타선이 침묵을 지켜도 어지간해선 개인 의견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이날 커쇼의 분노는 현지 언론의 화제가 됐다.
커쇼가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다저스는 연승행진을 펼치며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14경기에서 12승이나 따내며 자이언츠의 추격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시카고 컵스전에서 제이크 아리에타에게 노히트노런의 수모까지 당하고, 파드리스전에서 7-4로 앞서다 7-10으로 역전패를 당하는 위기도 겪었지만 연패의 늪에는 빠지지 않았다.
커쇼의 승부욕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사이영상은 물론 투수에게 불리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도 거머쥐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아직 없다. 라이벌로 거론되는 자이언츠의 매디슨 범가너가 이미 3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고 연봉 구단이지만 자칫 포스트시즌 진출에마저 실패할 위기에 빠지자, 시기적절하게 소신 발언을 한 커쇼의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 슈퍼 루키 코리 시거
역시 소문대로다. 다저스 최고의 유망주 코리 시거(21)가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4일 파드리스전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시거는 2루타 1개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현지 언론이 슈퍼 루키의 화려한 데뷔전을 톱뉴스로 다뤘다. 바로 다음날 열린 파드리스와의 4연전 2번째 경기에서 시거는 5번타자로 중용됐다. 유격수로 나섰던 데뷔전과 달리 3루수로 기용됐지만, 역시 2루타 1개를 치며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의 8-4 승리에 앞장섰다. 시거의 실력에 감탄한 많은 팬들은 그를 뒤늦게 메이저리그로 콜업한 다저스 수뇌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파드리스와의 3차전에서 벤치를 지키다 대타로 출전한 시거는 마지막 경기에선 6번 3루수 나서서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8일 벌어진 지역 라이벌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선 주전 유격수로 그라운드를 밟고 시즌 3번째 2루타를 날리며 3타수 1안타 2볼넷 2득점으로 팀의 7-5 승리에 기여했다. 선발출전한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렸고, 수비에서도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실책을 범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성적은 18타수 6안타(타율 0.333) 3타점 4득점이다. 다저스는 시거를 내년 시즌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지만, 노장 지미 롤린스의 부진과 맞물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를 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