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잠실 한화-LG전에서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화가 5-2로 앞선 5회초 1사 1루 권용관 타석 때 초구에 히트앤드런 작전이 나왔다. LG 포수 유강남은 1루주자 정현석이 2루로 달리는 것을 보고 엉덩이를 일으켜 세우더니 투수 신승현의 공을 마중하러 나가듯 몸을 홈플레이트 쪽으로 이동하면서 미트를 낀 왼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이때 권용관의 배트가 돌면서 유강남의 미트를 때렸다.
양 팀 감독이 모두 나와 항의할 만큼 애매한 상황. LG 양상문 감독은 “권용관의 배트가 뒤늦게 나와서 미트를 때렸다”며 ‘수비방해’를 주장했고, 한화 김성근 감독은 “포수 미트가 너무 앞으로 나와 배트가 공 대신 미트를 때리게 됐다”며 ‘타격방해’를 주장했다.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파울’이 선언됐다. 오훈규 주심은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을 보지 못한 것. TV 느린 화면으로는 배트가 미트를 치는 장면이 나왔지만, 이 상황은 비디오판독(심판합의판정) 대상도 아니었다. 주심이 다른 심판들과 의논했지만, 멀리 있는 다른 심판들도 정확히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최종 판정도 파울이었다.
상황은 공평한 듯해도, 한화는 파울 1개로 볼카운트 면에서 불리해졌다. 그런데 권용관이 2구째 번트파울 후 3구째를 통타해 중전안타를 때렸다. 히트앤드런 작전으로 스타트가 빨랐던 1루주자 정현석은 3루까지 내달렸다. 한화는 이 찬스에서 2점을 추가했다.
이날 대기심인 김풍기 심판위원은 심판대기실에서 TV를 본 뒤 “미트가 홈플레이트까지 나가서 배트를 맞았기 때문에 타격방해가 맞다. 주심은 배트가 포수 미트를 때리는 소리를 듣고 파울로 착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