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국제경기로 알려진 1872년 11월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맞대결. 당시 잉글랜드는 1-2-7, 스코틀랜드는 2-2-6 전형으로 경기에 나섰다. 축구 전형은 수비 쪽부터 숫자를 매긴다. 잉글랜드는 7명, 스코틀랜드는 6명의 최전방 공격수를 뒀다는 얘기다. 동네 축구가 아닌 다음에야 현대 축구에서 이런 전형을 쓰는 팀은 없다. 세계 축구의 흐름에 따라 전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형은 상대에 따라서도 변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8일 적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3-0의 완승을 거뒀다. 한국이 레바논 원정에서 이긴 건 1993년 5월 1-0 승리 이후 22년 만이다. 3연승을 한 한국은 승점 9를 기록하며 골 득실차에서 쿠웨이트를 누르고 G조 1위로 나섰다. 한국은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15번째 무실점 경기를 하면서 14승 3무 3패를 기록했다.
지난 해 9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61) 부임 후 줄곧 4-2-3-1 전형으로 나섰던 한국은 이날 4-1-4-1 전형으로 레바논과 맞섰다. 두 전형의 가장 큰 차이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바로 뒤를 받치는 2선 공격수(좌우 측면 공격수 제외)의 숫자다. 4-2-3-1은 1명, 4-1-4-1은 2명으로 4-1-4-1이 더 공격적인 전형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전형에 변화를 준 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대의 밀집 방어를 뚫기 위해서다. 슈틸리케 감독은 8-0의 대승을 거둔 3일 라오스전부터 4-1-4-1 카드를 꺼내 들었다.
레바논전에서도 공격적 전형은 효과를 봤다. 전형 변화로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2선 공격수로 올라 선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권창훈(21·수원)이 레바논전에서 터진 3골 모두에 기여했다. 전반 22분 기성용이 찔러 준 패스를 받은 석현준(24·비토리아 FC)이 페널티킥을 얻었고, 이를 장현수(24·광저우R&F)가 성공시켰다. 전반 25분 상대 자책골은 권창훈이 중앙선에서부터 25m 가량 단독 돌파한 뒤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에게 밀어 준 공을 상대수비수가 걷어내려던 과정에서 나왔다. 후반 15분에 터진 쐐기 골은 기성용이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아크서클 부근으로 찔러 준 패스를 권창훈이 오른발 터닝슛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손색없는 드리블과 패스로 레바논 진영을 휘젓고 다닌 권창훈은 이날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6개의 슛을 날리며 돋보이는 공격력을 자랑했다.
4-1-4-1 전형은 2선 공격이 강화되는 대신 최종 수비라인 앞을 지키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1명만 남게 된다. 슈틸리케 감독이 4-1-4-1 전형을 자신 있게 택할 수 있었던 건 포백라인 앞에서 상대의 중앙 공격을 1차로 막아내는 정우영(26·빗셀 고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우영은 레바논 공격의 1차 저지선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면서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공격으로 전환하는 시발점 역할도 했다. 기성용, 권창훈, 정우영은 모두 이날 풀타임을 뛰었다. 한국은 10월 8일 쿠웨이트를 상대로 적지에서 2차 예선 네 번째 경기를 치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