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꾼 순서도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화가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4연패에 빠지며 8위로 추락했다.
한화는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서 선발투수 김민우와 이어 나온 안영명이 무너지면서 4-9로 패해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로써 전날 패배로 7위로 내려앉은 한화는 이날 SK에게도 0.5게임차로 추월을 당하며 8위로 떨어졌다. 실질적으로 와일드카드 경쟁 중인 4팀 중 맨 뒤로 처졌다. 한화가 8위로 떨어진 것은 5월 26일 108일 만이다.
이날 패배는 당초 선발로 예상된 안영명을 뒤로 돌리고, 김민우를 선발로 내세운 김성근 감독의 승부수가 통하지 않았기에 더 뼈아팠다.
안영명은 5일 대전 두산전에 구원등판해 2이닝을 던진 것이 마지막 투구였다. 당시 투구수도 36개였다. 그래서 5일 휴식한 안영명이 이날 SK전에 충분히 선발등판할 만한 상황이었다. 김 감독도 당초엔 안영명을 선발 카드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불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서 수를 짜냈다. 안영명을 불펜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우선 권혁이 9월 들어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실점을 하고 있었다. 이 기간에 4.2이닝을 던졌는데 11안타 5볼넷을 허용하면서 무려 8실점을 기록했다. 9월 방어율 15.43이다. 여기에 불혹의 박정진도 최근 부진한 모습이다. 역시 9월 3경기에서 3이닝을 던졌는데 4안타 4볼넷으로 5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9월 방어율 9.00이다. 권혁이나 박정진이나 볼넷수가 많다는 것은 결국 제구가 안 된다는 뜻이고, 제구가 안 된다는 것은 힘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한화 불펜에서 최근 송은범이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한 명으로 불펜을 지탱하기 어렵다. 그래서 안영명을 송은범과 짝을 이루는 필승 카드로 구상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면서 이날 선발투수로 김민우를 선택한 것이었다.
고졸 루키 김민우는 6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등판해 6.1이닝(투구수 92개) 무실점의 역투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린 바 있다. 그리고 3일 휴식 후 10일 대전 SK전에 구원등판해 2타자를 상대하며 4개의 공을 던졌다. 7회 등판하자마자 첫 타자 김성현에게 공 3개 만에 사구로 내보내고, 다음타자 김연훈에게 초구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든 뒤 박정진에게 공을 물려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이에 대해 “김민우를 선발로 쓰는 건 안영명을 뒤에서 쓰기 위해서다. 안영명은 선발로 던져도 6회다. 7~9회가 없어진다”고 이유를 밝히면서 전날 구원등판한 김민우를 하루 만에 선발로 내세운 데 대해서는 “공을 4개밖에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심각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민우가 1회초 시작하자마자 3안타 3사사구로 4실점하면서 한화는 기선을 제압당했다. 1회말 곧바로 3점을 따라붙자 안영명을 예상보다 훨씬 빠른 2회에 투입했다. 안영명은 4회까지 잘 막다 5회에 3점을 내주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3.2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여기서 사실상 승부가 갈라졌다. 한화는 결국 뒤집기에 실패한 채 무릎을 꿇고 말았다.
추락하는 독수리는 다시 날갯짓을 할 수 있을까. 12일과 13일 사직에서 맞붙는 5위 롯데와의 대결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순위 경쟁 팀과의 맞대결은 반드시 이겨야한다. 뒤쫓는 입장에서는 2연승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2연패를 당한다면 가을야구는 사실상 멀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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