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3루수 지석훈(31)이 프로 데뷔 13년 만에 규정타석 진입이라는 뜻 깊은 기록을 앞두고 있다. NC 김경문 감독은 “지석훈의 규정타석을 채워주고 싶다”고 말한다. 한 시즌 동안에 고생을 한 선수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살짝 내비친 것이다.
사실 지석훈이 올 시즌 NC 내야진의 한 축을 맡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본인부터 아직 주전이라는 말에 익숙지 않다. NC 창단 시즌인 2013년 넥센에서 트레이드로 영입된 지석훈은 ‘슈퍼 백업’이라는 팀 내 애칭을 들을 정도로 수비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3루수, 유격수, 2루수 수비가 모두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부터 프리에이전트(FA) 유격수 손시헌이 영입됐고, 박민우가 2루에서 신인왕을 차지하며 나타나자 지석훈의 자리는 3루로 축소됐다. 3루에서도 모창민이 버티고 있어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는데 예상을 깨고 경쟁에서 이겼다. 지석훈은 11일까지 121경기에 출장했다. 현재 규정타석에 들어 있는 그는 이대로라면 데뷔 이래 첫 규정타석 진입도 가능한 상황이다. 전반기 0.269의 기대 이상 타율을 보여줬던 지석훈은 후반기 방망이에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9월 들어 11일까지 10경기 타율이 채 1할(0.077)도 안 된다. 그러나 김 감독은 “수비가 먼저”라며 지석훈을 기용하고 있다. 주자가 출루하면 지석훈이 잘 하는 ‘페이크번트 앤드 슬러시’ 작전을 걸 때도 곧잘 눈에 띈다. 익숙하지 못한 번트를 강요하지 않고, 타격감을 찾으라는 김 감독 나름의 배려가 담겨 있다.
이런 마음을 지석훈도 모르지 않는다. 휘문고 재학 시절만 해도 지석훈은 박경수(kt)와 더불어 초고교급 내야수로 꼽혔다. 현대의 마지막 지명선수(2차 1순위)이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는 재능만 믿고 통하는 무대가 아니었다. 백업으로 밀렸고, 결국 NC로 트레이드 됐다.
지석훈은 “그때가 내 야구인생 전환점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리고 “NC에 김경문 감독님이 계신 것이 나를 바꿨다. 이 팀에 오니까 자연스럽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열심히만 하면 이름이, 경력이 없어도 써주는 김 감독 밑에서 지석훈은 기회를 잡았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수비로 팀을 돕고 있다. “방망이가 너무 안 맞아 고민도 많았다. 이대로 주전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젠 수비부터 잘 하자는 마음”이라고 초연하게 말한다.
이제 지석훈에게도 포스트시즌 선발 출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상상이 안 된다”고 웃는다. 당장 오늘 잘해야 내일도 있음을 깨닫고 있기에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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