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과 일본 J리그를 평정한 전북현대와 감바 오사카는 16일 오사카 엑스포70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뜨거운 명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전북이 좌절과 아픔을 맛봤다.
지긋지긋한 일본 원정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다. 전북은 역대 챔피언스리그 일본 원정에서 제대로 웃은 기억이 없다. 이날 경기 전까지 2승1무8패로 절대 열세였다. 2004년 대회에서 주빌로 이와타를 상대로 4-2로 이긴 뒤 2013년 우라와 레즈를 3-1로 제압한 것이 ‘유이’한 승리였다. 올 시즌도 모두 울었다. 4월 조별리그 원정에서 2-3으로 패한 데 이어 이날마저 무너졌다.
여기에 환경과 분위기에서도 밀렸다. 지난달 26일 전주에서 열린 8강 1차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물을 뿌리는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양 팀은 이날도 신경전을 펼쳤다.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즐기는 감바 오사카는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잔디에 쉴 새 없이 물을 뿌렸다. 심지어 킥오프를 1시간 앞두고 10여분 가까이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켰고, 선수단 입장에 앞서 공식 행사가 시작된 그 짧은 순간에도 물을 적셨다. 선수들이 몸을 푸는 걸 도우려던 전북 박충균 코치가 경기감독관을 향해 강하게 어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수중전을 위해 특수 제작된 스파이크가 부착된 축구화를 가져온터라 우려했던 미끄러짐 현상은 거의 없었으나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이곳은 극과 극이었다.
짙은 아쉬움이 남은 경기를 마친 최 감독은 “1차전에서 이기지 못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빠른 실점이 패인이 됐다. 최선을 다했지만 오늘 패배는 운명이었다”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