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만년 유망주’ 였던 정의윤, SK에서 마침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2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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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로 서른이 돼서야 꽃봉오리를 피웠다. 2005년 LG에 신인 1차 지명된 정의윤(29)은 올 7월 24일 SK로 옮기기 전까지 ‘만년 유망주’였다. 하지만 SK에서 마침내 짜릿한 손맛을 보기 시작했다. 올해 LG 유니폼을 입고 1개도 때리지 못한 홈런을 이적 후 46경기에서는 11개나 몰아쳤다. 신인 때 세운 개인 최다홈런(8개)도 가뿐히 넘겼다. 생애 최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정의윤은 SK의 믿음직한 4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SK 정경배 타격코치는 정의윤의 힘과 타격 스피드를 보고 ‘30홈런은 거뜬하다’고 판단했다. 조금 더 길고 무거운 배트를 권유한 이유다. 길이 33.5인치, 무게 880g짜리 배트를 사용했던 정의윤은 34인치-900g인 최정(28)의 배트를 빌려 썼다. 정 코치는 “연습 때 써보고 부담스러우면 경기 때는 네 것으로 치라고 했다. 적응하는 데 6개월은 걸릴 거라고 했는데 며칠 만에 폼을 바꿔오더라”고 칭찬했다.

배트를 바꾼 정의윤은 ‘특타’는 물론이고 야간훈련까지 자청했다. 흘린 땀은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LG 시절 정의윤이 때린 홈런 31개 중 오른쪽 담장을 넘긴 타구는 없었다. 바깥쪽 공을 밀어 치는 데 약했던 것. 정 코치는 “30홈런을 치려면 바깥쪽 공도 담장을 넘길 수 있어야 한다. 연습 때라도 넘겨 보라”고 조언했다. 정의윤은 8일 롯데전에서는 린드블럼을 상대로 생애 첫 우월홈런을 때려내더니 17일 삼성전에서도 정인욱의 공을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정의윤은 매일 아침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온다. 그는 “훈련을 실전에 적용해 결과가 좋으니 더 좋은 타격 폼을 위해 자연스럽게 연습량을 늘리게 된다.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4번 타자 자리가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어느 타순에 나서더라도 안타를 못 치거나 득점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부담스러운 것은 똑같다”고 대답했다. 묵직해진 정의윤의 방망이가 가볍고 신나게 돌아가고 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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