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 프로 팀은 하나뿐이다.” 16일 K리그 클래식 전북을 꺾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에 오른 감바 오사카의 팬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오사카를 연고로 한 프로 팀이 두 개인데도 오사카에 프로 팀은 감바뿐이라고 주장한다. 오사카 연고의 또 다른 프로 팀 세레소 오사카를 한 수 아래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감바는 지난 시즌 J1(1부) 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세레소는 18개 팀 중 17위를 해 올 시즌 J2(2부) 리그로 떨어졌다.
하지만 세레소 팬들도 기죽지 않는다. “너희들은 오사카 팀이 아니다” “노땅들”이라며 오히려 감바 팬들을 자극한다. 감바의 안방인 엑스포70 경기장이 오사카 부 중심에서 벗어난 스이타 시에 있기 때문에 진정한 오사카 연고 팀은 세레소라고 우긴다. 세레소 팬들이 감바 팬들을 노땅이라 부르는 건 감바 팬들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고지가 같은 팀의 팬들끼리 아웅다웅하는 건 리그의 흥행 요소다. 두 팀의 맞대결이 있는 날이면 오사카는 축제 분위기였다. 시즌이 끝난 뒤 열리는 두 팀의 연습 경기에도 관중이 몰렸다. 그러나 세레소가 2부 리그로 떨어진 올해 오사카 축구 팬들은 낙을 잃었다. 세레소 팬들을 대놓고 무시하던 감바 팬들이 지금은 세레소도 함께 응원한다. J2 리그에서 잘해서 내년에는 꼭 J1 리그로 올라와 오사카 더비를 부활시켜 달라는 희망에서다. 세레소는 17일 현재 J2 리그 3위다. J2 리그 1, 2위는 다음 시즌 J1 리그로 직행한다. 3∼6위는 승격 플레이오프를 거쳐 그중 한 팀이 J1 리그로 승격된다.
유럽에서도 감바와 세레소처럼 연고지가 같은 팀끼리의 지역 더비는 리그 흥행을 견인하는 동력이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는 런던 연고 팀만 5개나 된다. 손흥민(23)이 뛰고 있는 토트넘과 이청용(27)의 소속 팀 크리스털 팰리스가 모두 런던을 안방으로 쓴다. 특히 토트넘과 아스널의 맞대결인 북런던 더비는 영국 언론들이 ‘축구 전쟁’이라 표현할 만큼 팬들의 관심이 엄청나다.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맞대결, 마드리드 더비로 불리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는 시내에 차가 거의 다니지 않을 정도다.
국내 프로축구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는 이런 지역 더비가 없다. 포항과 울산의 ‘동해안 더비’, 전남과 전북의 ‘호남 더비’가 있기는 하지만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한 지역 라이벌 매치에 비해 더비의 순도(純度)가 떨어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0년까지 서울 연고 팀을 최소한 3개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K리그 클래식에서 지역 더비를 볼 수 있는 길이 있기는 하다. 챌린지(2부 리그)의 서울이랜드나 수원 FC가 클래식으로 승격하면 FC 서울-서울이랜드, 수원-수원 FC 더비가 성사된다. 챌린지 1위는 다음 시즌 클래식으로 직행한다. 2∼4위도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뒤 클래식 11위를 꺾으면 클래식으로 간다. 17일 현재 수원 FC는 3위, 서울이랜드는 4위다. K리그에서도 지역 더비를 보고 싶은 팬이라면 수원 FC와 서울이랜드를 응원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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