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부서진 강정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9일 03시 00분


컵스 코글린 태클로 왼쪽무릎 중상… 시즌 아웃… 신인왕-PS출전 좌절
연골판 파열-정강이뼈 골절 수술… 2016년 3∼5월에나 복귀 가능할 듯

피츠버그의 강정호(28)가 부상으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강정호는 18일(한국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안방경기에서 유격수로 출전했다. 1회초 무사 만루에서 강정호가 병살 플레이를 하기 위해 2루에서 1루로 공을 던지려고 할 때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린이 거친 슬라이딩을 했다. 코글린의 오른쪽 다리가 강정호의 왼쪽 무릎에 강하게 부딪쳤다. 병살 플레이는 성공했지만 강정호는 그라운드에 누워 무릎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기는 피츠버그의 6-9 패배로 끝났다.

피츠버그는 팀 트위터를 통해 “강정호가 왼쪽 무릎 정강이뼈가 골절되고 외측 반월상연골판(반달 모양의 바깥쪽 연골판·lateral meniscus)을 다쳐 앨러게니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6∼8개월 후에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빠르면 내년 3월 시범경기, 늦으면 시즌 개막 후 5월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축구 국가대표 주치의를 지낸 송준섭 서울제이에스병원장은 “다행히 내측이 아닌 외측 부위여서 후유증은 작을 것 같다. 내측 연골판은 체중을 더 받는 부위이기 때문에 후에 관절염이 올 수 있지만 외측은 그런 염려가 작다”고 말했다. 이어 “다친 뒤 바로 수술에 들어가 찢어진 곳을 봉합했기에 수술 결과가 좋을 것 같다. 찢어진 연골판은 빨리 수술할수록 더욱 잘 붙는다”고 덧붙였다.

은승표 코리아정형외과 원장은 정강이뼈 상태에 주목했다. 강정호의 부상 동영상을 본 은 원장은 “정강이뼈 가장 위쪽 부분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 정강이뼈가 골절되면 십자인대가 끊어질 수가 있는데, 구단 발표에서 십자인대 이야기가 없는 것은 다행이다. 십자인대를 다치면 후유증도 크고 치료 기간이 더 오래 걸린다. 십자인대를 다치지 않았다면 내년 시즌 복귀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위는 선수 간 몸싸움이 많은 축구에서 자주 발생하는 부상 부위다. 박지성은 2003년과 2007년 오른쪽 무릎 내측 반월상연골판 제거와 재생 수술을 받았다. 박지성은 은퇴 뒤 지속적인 무릎 고통을 참고 뛰었다고 밝혔다.

코글린의 슬라이딩에 대해서는 비신사적이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코글린이 강정호의 1루 송구를 방해하기 위해 강정호의 왼쪽 무릎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윌본은 코글린이 처음으로 거친 슬라이딩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코글린은 2009년 탬파베이의 2루수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향해 거친 슬라이딩을 해 이와무라의 왼쪽 무릎 십자인대를 파열시켰다. 국내 팬들은 ‘살인 태클’이라며 코글린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강정호는 에이전트를 통해 “운이 나빴을 뿐이다. 나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코글린은 경기 후 유감의 뜻을 담은 편지를 피츠버그 구단에 보냈다. 그러나 그는 “나는 명백하게 룰에 맞게 슬라이딩을 했다. 강정호가 점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고약했다”고 말했다. 일부 선수는 국내 팬들과는 달리 코글린의 플레이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정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타율 0.287, 출루율 0.355, 장타율 0.461, 홈런 15개, 타점 58개를 기록했으며 신인왕 경쟁에도 뛰어들 만큼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거친 플레이의 희생양이 됐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강정호#무릎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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