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과 김동광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에게 대표팀 전력에 관해 물었다. 23일부터 중국 후난 성 창사에서 벌어지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답은 같았다. 방 회장은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훈련 시간이 부족했다고 했다. 특히 부상과 개인 사정으로 빠진 선수들을 대신한 교체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짧았다고 했다.
김주성(동부), 오세근 양희종(이상 KGC), 윤호영(동부)에 221cm의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KCC)까지 부상 등으로 중도하차했다. 게다가 스피드가 뛰어난 가드 김선형(SK)은 대학 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을 해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빠진 선수들로 한 팀을 만들 정도다. 김 감독은 “대체 센터 선수들의 높이가 낮은 데다 노련미가 떨어져 집중력이 필요할 때 자기 컨트롤이 잘 안 되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력도 문제지만 여러 사정으로 행정적 지원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회 개막 전부터 큰 위기를 맞은 대표팀을 양동근(모비스)과 조성민(kt)이 지키고 있는 것은 그나마 큰 다행이다. 사실 양동근과 조성민도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이달 초 끝난 대만 존스컵에서 아킬레스힘줄을 다쳤던 양동근은 “처음 농구를 시작할 때의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렵게 몸을 만들었다. 발목 통증에 시달렸던 조성민도 최근 침샘 내에 결석이 생겨 응급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컨디션을 회복했다.
양동근과 조성민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동근은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 밖에서 대표팀을 볼 때와 달리 안에서의 여건을 보고 충격을 크게 받은 것 같다”며 “태극 마크를 달면 벅찬 감동을 받아야 하는데 ‘예전 대표팀만 못하구나’ 하는 아쉬움을 계속 가질까 봐 걱정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형으로서 해야 할 몫의 중요성을 느꼈다. 이번 대회에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게끔 도와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력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후배들이 대표팀 내에서 동료들의 단점을 메워 주고, 돕는 농구에 익숙해졌으면 하는 게 양동근과 조성민의 바람이다. 양동근은 “소속팀 모비스에서도 내가 못 하는 부분을 함지훈이 메워 주고 뒷받침해준다”며 “앞으로는 각자 소속팀 사정상 대표팀에서 긴 시간 훈련을 같이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소집되더라도 일정한 조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되는 후배들이 서로 돕는 농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민도 “대표팀에서는 공 하나를 위해 슬라이딩을 하고,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후배들이 갖게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국 남자농구는 지금 위기다. 양동근은 “늘 남자농구 참사 현장에 내가 있었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전의를 불태웠다. 양동근은 “후배들이 현재 대표팀의 어려운 여건을 이해하면서 팀에 헌신하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고 충고했다. 양동근과 조성민의 존재 자체가 대표팀에는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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