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7330] 아이들·학부모·교사까지…동심으로 하나 된 ‘작은 운동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24일 05시 45분


“당겨! 누워버려!” 17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내대초등학교에서 열린 운동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내대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3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스포츠버스 덕에 도심의 큰 학교 못지않게 풍성한 운동회를 즐길 수 있었다. 스포츠동아DB
“당겨! 누워버려!” 17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내대초등학교에서 열린 운동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내대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3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스포츠버스 덕에 도심의 큰 학교 못지않게 풍성한 운동회를 즐길 수 있었다. 스포츠동아DB
■ 스포츠버스가 달린다

4. 강원도 철원 내대초등학교

전교생 23명…학부모·교사들도 참여
공굴리기·계주 등 함께하며 하하호호
플라잉디스크 등 ‘뉴스포츠’도 인기짱
한종욱 교사 “취지가 참 좋은 것 같다”


스포츠동아와 국민생활체육회가 공동으로 ‘스포츠버스가 달린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스포츠버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가 농어촌·도서지역 어린이들에게 생활체육의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 운영하는 버스다. 스포츠동아는 총 6회에 걸쳐 스포츠버스와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주민이 어우러져 즐기는 운동회, 레크리에이션, 건강 부대이벤트 등 ‘움직이는 체육관, 스포츠버스’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전해드린다.

가까울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먼 곳, 강원도 철원. 임꺽정의 전설이 내려앉은 고석정이 우선 떠오른다. 한탄강 중류 쯤 머물러 있어 경치가 빼어나다. 폭포가 세 번 꺾여 세 군데의 가마솥으로 떨어진다는 삼부연,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불리는 직탕폭포, 북한군이 파 놓은 제2땅굴 등이 철원의 얼굴이다. 오래 전 화산지대였기에 온천도 유명하다. 요즘은 ‘철원’하면 ‘쌀’이다. 철원 오대미는 밥맛 좋기로 소문난 고시히카리쌀과 곧잘 비교되곤 한다. 쌀의 구수한 풍미는 오대미가 앞선다는 평이 있다. 이번 스포츠버스의 행선지는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의 내대초등학교다. 햇살이 눈부시고 공기가 시원하면서도 달큰하다. 가을이다.

내대초등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구석에는 가을하늘색을 입은 스포츠버스가 멈춰 서 있다. ‘사랑·꿈·보람이 영그는 행복한 내대초등학교’라는 교훈이 학교 외벽에 큼직하게 붙어 있다. 내대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23명이다. 유치원 꼬맹이 9명을 더 하면 32명. 여기에 8명의 교사(초등 7·유치원 1)까지 딱 40명이다. 물론 학부모와 주민들이 함께 했지만, 조촐하고 소박한 운동회임에는 틀림없다.

조촐하고 소박하지만 포부는 작지 않다. 학교 교문에 내건 플래카드에는 ‘내대교육가족 어울림 한마당 큰잔치’라고 적혀 있었다. 작은 운동회면 어떠랴. 오늘 내대초등학교는 제대로 운동회 잔치 한 번 벌여볼 모양이다.

● 소꿉장난처럼 작고 아담하고 예쁜 운동회

100미터 달리기로 운동회가 시작됐다. 이를 앙 다물고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딱 만화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다. 양 팀의 조끼가 노란색과 파란색이어서 병아리들이 뛰어 다니는 것 같다. 체육부장을 맡고 있는 한종욱(31) 교사는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를 찾아 학생과 교사,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운동회를 열어주는 스포츠버스의 취지가 참 좋았다. 꼭 우리 학교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신청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 취지가 잘 살았다”며 기뻐했다.

내대초등학교는 작은 학교지만 매년 가을운동회를 개최할 정도로 학생들의 건강과 운동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체육시간에는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다 같이 어우러져 할 수 있는 종목을 진행한다. 한 교사는 “고학년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학년 아이들은 형, 누나들이랑 같이 하니까 너무 좋아 한다”며 웃었다. “아이들 인원이 적다보니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하다. 운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서로 아끼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플라잉디스크, 플로우볼 같은 뉴스포츠도 내대초등학교 아이들의 인기 종목이다. 100미터 달리기에 이어 공굴리기, 어르신 댄스대결, 딱지 뒤집기(저학년 아이들이 자지러질 정도로 좋아했다), 2인3각에 비해 두 배는 호흡이 중요한 6인7각 경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드리블, 줄다리기와 운동회의 하이라이트이자 최고의 인기종목인 계주까지 운동회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전문 진행자의 능숙한 진행과 재치 있는 입담에 참가자들의 입에서는 웃음이 멈출 새가 없었다.

얼굴이 땀이 가득한 이현수(3학년)군은 “힘들었지만 좋았다. 우리 팀이 이긴 줄다리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내년에도 이런 운동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이군의 어머니 최영미(41)씨도 “아이랑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추억이 되었다”며 좋아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5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갈말읍 국수집에서 막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겉보기엔 투박하고 ‘막’ 생겼어도 더없이 정겹고 속이 알찬 맛이었다. 양도 넉넉해 먹고 나니 고깃국에 밥 말아 먹은 듯 속이 든든했다.

마치 소꿉장난처럼 아담하고 예뻤던 내대초등학교 운동회. 병아리는 삐약삐약, 오리는 꽥꽥하며 잘들 뛰었다. 겉은 작았지만 그 속은 철원 막국수처럼 알차고 정겨웠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스포츠버스는 미션 완수!

이 캠페인은 스포츠동아와 국민생활체육회가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철원 |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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