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일드카드 제도의 민낯 경기 없어야 5위…경쟁팀 패배에 오르락내리락 4위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자격 논란 가능성도
도대체 5위는 언제 결정될까. 잔여경기 일정 속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는 팀이 5위로 올라서는 상황을 두고 ‘네가 가라, 5위’라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사상 처음 도입된 와일드카드 제도는 어떤 결과를 불러온 것일까.
● 경기 안 해야 5위…역대 최저 승률 PS 진출팀 나올까?
일단 5위 경쟁팀들의 ‘하향평준화’로 인해 역대 최저 승률의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일리그에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1989년 이후 5할 미만의 승률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총 6차례 있었다. 1989년 삼성(0.496), 1991년 롯데(0.496), 1998년 OB(0.496), 2001년 한화(0.473), 2009년 롯데(0.496), 지난해 LG(0.492)가 5할 미만의 승률로 4위 막차 티켓을 잡았다. 올해는 24일까지 5위 SK가 승률 0.478을 기록 중이다. 역대 최저였던 2001년 한화의 승률과 비슷하다.
끝나지 않는 5위 경쟁으로 시즌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된다고는 하지만, 속사정은 부끄럽기만 하다. 21일부터 24일까지 매일 5위가 바뀌었다. 문제는 경기가 없어야 5위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SK가 20일 문학 KIA전 승리로 43일 만에 5위에 복귀했으나, 21일 KIA에 패하면서 경기가 없던 롯데가 다시 5위로 올라섰다. 22일에는 롯데가 사직 두산전에서 패하면서 쉬고 있던 SK가 5위가 됐고, 23일에는 SK가 넥센에 0-10 완패를 당하면서 비로 경기가 취소된 롯데가 5위에 복귀했다. 심지어는 24일 롯데가 두산과의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2-3으로 패하는 순간 SK가 5위를 되찾기도 했다. ●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 역풍 맞은 4위 두산
사실 지난해 처음 제도 도입을 고민할 때만 해도 4∼5위의 격차가 1.5게임 이내일 때만 거행하는 쪽으로 논의가 됐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게임차 관계없이 무조건 대결이었다. 시즌 막판 ‘져주기 논란’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4위에게 1승의 ‘어드밴티지’를 주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와일드카드 경쟁이 없었다면, 올 시즌 이미 순위 판도가 굳어져 흥행에 김이 빠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5위 싸움이 ‘누가 덜 못하나’가 된다면, 가을야구의 ‘자격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24일까지 4위와 5위의 간격은 무려 9.5게임차다.
역풍을 맞은 쪽은 4위다. 현재 4위 두산 입장에선 3위 싸움에 총력을 기울이기도 애매하다. 괜히 헛심을 썼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에게 일격을 당하면 포스트시즌은 ‘조기 마감’이다. 그렇다고 상대를 예측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준비하기도 어렵다. 지금 같은 페이스면 시즌 최종일에나 5위가 가려질지도 모른다.
어느 제도나 허점은 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다. 갓 도입된 와일드카드, 시즌 후 최선의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