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장원삼(32)이 3일 대구 kt전에 앞서 빙그레 웃어 보였다.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대구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가 곧 시작될 참이었다. 경기 전부터 그라운드를 감싸기 시작한 추억의 그림자는 삼성의 현역 선수들에게도 짙게 드리웠다.
장원삼이 경험했던 첫 우승은 그러나 삼성 유니폼을 입고 맞이한 것이 아니다. 마산상고(현 용마고) 재학 시절이던 2001년 대붕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였다. 마산상고는 대구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엎치락뒤치락 접전 끝에 대구상고(현 상원고)를 5-4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 장원삼은 홀로 4승을 하고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홈런을 두 방이나 때려내면서 절대적인 수훈갑으로 활약했다. 그는 “어린 마음에 우승을 하니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그때가 이상하게 더 생각이 난다”며 “당시 대구상고 2루수가 바로 안지만이었다”고 귀띔했다.
안지만 역시 그 시절을 기억했다. 그는 “준결승까지 너무 많이 던져서 결승전에는 내가 2루수를 봤다. 마산상고 왼손타자가 결승전에서 홈런을 쳤는데, 그게 원삼이었던 걸 나중에 알았다. 저번에도 그때 얘기를 한 번 했다”고 웃으며 “더 좋은 새 구장으로 옮기니 신나는 것도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내가 처음으로 꿈을 키우고 계속 뛰었던 야구장이 이 곳이라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든다”고 털어 놓았다. 당시 까까머리 고교생으로 만났던 둘이 이제 삼성 선발진과 불펜의 든든한 축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대구구장은 또 다른 의미에서 삼성의 미래를 좌지우지한 요람이었던 셈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내야의 야전사령관인 유격수 김상수 역시 생각보다 더 일찍 대구구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김상수는 “구미 도산초등학교 3학년 때 리틀야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상을 받으러 대구구장에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야구장이 참 커 보였다”며 “초·중·고부터 프로에서까지 대구구장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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