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떠나 거포 거듭난 동갑내기 동기생 나란히 커리어하이시즌 타격감 최고조 박병호 “목표는 우승” 정의윤 “9월처럼”
동갑내기이자 2005년 입단동기인 두 청춘은 한때 LG의 미래였다. LG도 그렇게 믿고 두 타자를 키우려고 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달랐다. 끝내 자리를 잡지 못하다 결국 1명이 먼저 2011년 7월 마지막 날 넥센으로 떠났다. 이 타자는 2012∼2013년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를 포함해 4년 연속(2012∼2015년) 홈런왕에 올랐다. KBO의 최강타자 박병호(29)다. 이어 2015년 7월 다른 1명마저 LG를 떠나 SK로 옮겼다. 이 타자 역시 이적 후 불과 2개월여 만에 59경기에서 14홈런 44타점에 장타율 0.617의 파괴력을 발휘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포기 상태였던 SK는 이 타자의 맹활약에 힘입어 5위 티켓을 거머쥐었다. SK의 새로운 4번타자 정의윤(29)이다. 넥센과 SK의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7·8일)은 두 남자가 서른 살을 앞두고 정점에서 맞붙는 정면대결이기도 하다.
● 지존 박병호 VS 대세 정의윤
140경기에서 181안타 53홈런 146타점, 장타율 0.714를 기록한 박병호는 KBO의 완전체 타자다. 0.343의 타율과 0.436의 출루율에서 알 수 있듯 정교함과 선구안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박병호의 최고 미덕은 장타력이다.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 2014년 52홈런에 이어 올해 53홈런까지 해마다 숫자가 늘어났다. 박병호의 무서움은 넥센의 홈 목동구장에 최적화된 타자라는 점이다. 목동에서 28홈런을 터트렸고, 장타율은 0.732에 달한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 당시 두산이 목동에서 박병호에게 고의4구 작전을 펼쳤을 정도로 상대팀에는 공포 그 자체다.
이에 맞서는 정의윤은 KBO리그 9월 MVP에서 알 수 있듯 최근 가장 뜨거운 타자다. 9월 타율이 0.422였고, 9홈런 23타점에 장타율은 무려 0.811이었다. SK의 숙원인 오른손 거포의 확보가 정의윤을 통해 이뤄졌다. 정의윤의 이적 후 2개월 성적은 LG에서 10년간 해내지 못한 커리어 하이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밀어치는 홈런까지 나오고 있어 더욱 무섭다.
● 어쩌면 마지막 대결…그 승자는?
박병호가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것이기에 와일드카드 맞대결은 국내무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경쟁일지 모른다. 박병호는 결전을 이틀 앞둔 5일 “중요한 것은 4번타자 대결이 아니라 팀 승리”라고 말했다. 정의윤도 “최고의 타자인 박병호와 잠깐 한 달 잘한 나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우습다. 어떻게 해서든 팀이 이기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웃었다.
두 타자의 야구는 아직 수확이 끝나지 않았다. 넥센에 우승 선물을 남기고픈 박병호는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 2년 동안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포스트시즌에서 못했다. 이번 가을은 선수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윤도 사실상 주전으로 처음 뛰는 가을야구를 오래 하고 싶다. “반짝 타자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무조건 이겨야만 되는 단기전을 앞두고 부담은 없는데 욕심은 난다. 9월처럼 똑같이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