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기자의 야구&]롯데 또 ‘초짜 사령탑’… 시스템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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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프로야구 롯데가 8일 또다시 깜짝 뉴스를 전했다. 이종운 감독을 계약 1년 만에 전격 경질하고, 조원우 SK 수석코치(사진)를 신임 감독으로 선정했다. 1년 전 아마추어 지도자인 이 전 감독을 파격적으로 영입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무명의 초보 감독을 전격적으로 선임했다.

롯데그룹의 볼썽사나운 ‘형제의 난’ 이후 야구단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기대하던 팬들은 낯선 이름이 호출되자 상당히 실망스러운 눈치다. “자르기 쉽게 또 초보 감독을 선택했다”는 게 팬들이 짐작하는 선임 배경이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초보 감독 경질하고, 또 초보 감독 선임한 것에 대해 부담감이 없을 리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자신 있으니 그렇게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초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다.

롯데가 조원우 신임 감독을 선임하면서 강조한 것은 두 가지다. ‘팀 분위기 수습’과 ‘목표 의식 공유’다. 지난해 팀을 두 쪽 낸 ‘폐쇄회로(CC)TV 사건’ 직후 이종운 전 감독에게는 ‘분위기 수습’만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목표 의식(성적)을 추가했다. 이 전 감독의 주특기인 친화력도 성적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는 별 효용이 없었다고 자체 반성을 한 것이다.

그래서 롯데는 조 신임 감독의 친화력과 함께 이 전 감독에겐 부족했던 프로 경력(능력)을 강조한다. 조 신임 감독은 한화, 롯데, 두산에서 작전과 주루 코치를 한 뒤 SK에서 얼마 전 수석코치까지 올랐다. 선수로는 조연이었지만, 지도자로는 주연으로 성장해왔다. 현장 관계자들도 “언젠가는 감독이 될 걸로 생각했던 지도자다. 그런데 조금 빨라서 놀랐을 뿐”이라고 평가한다.

사실 초보 감독이라서 되고, 초보 감독이라서 안 될 건 없다. 경험 많은 지도자도 실패하고, 초보 감독도 성공하는 게 요즘 야구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근 초보 감독이 강세다. 최강의 팀 세인트루이스가 2011년 코치 경험조차 없는 마이크 머시니를 사령탑에 앉혀 대성공을 거두면서 새 얼굴 찾기가 추세가 됐다.

베테랑 감독 출신으로, 지금은 애리조나 사장을 맡고 있는 토니 라 루사는 “우리는 감독 선임 때 지도자 경험과 관계없이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고 말했다. 경험보다는 리더십을 강조한 롯데의 이번 인선 배경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메이저리그가 감독의 경험보다 리더십에 집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구단에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과 육성은 물론이고 경기 중 작전도 대부분 매뉴얼로 정리돼 있다. 구단이 외곽에서 상당 부분을 지원해 초보 감독은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잘 이끌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코치 경험이 없어도 선수에서 곧바로 감독이 될 수 있고, 첫해부터 성적을 잘 낼 수 있다.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의 나이가 갈수록 적어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잇따라 파격 인사를 단행한 롯데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과연 우리에게 초보 감독을 성공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 또 이종운 전 감독의 실패는 그가 초보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구단이 초보였기 때문인지. 조 신임 감독의 성공 여부는 결국 이 질문의 답에 달려 있다.

윤승옥 기자 touch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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