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세계 축구 대통령’에 도전한 정몽준(64·사진)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FIFA 명예부회장이 좌절이냐 기사회생이냐의 기로에 섰다. FIFA의 징계에 맞서 최대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반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FIFA 윤리위원회는 8일(한국시간) 비밀유지의무 위반 등을 들어 정 명예회장에게 자격정지 6년과 벌금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1600만원) 처분을 내렸다. FIFA의 새 수장을 뽑는 회장 선거는 내년 2월 26일 열리고, 후보 등록 마감은 이달 26일이다. 윤리위 결정에 따른다면 이미 출마를 선언한 정 명예회장은 원천적으로 후보 등록도 할 수 없고, 일체의 축구활동도 할 수 없다.
FIFA 윤리위는 외견상 ‘독립적 성격’을 띄고 있지만 제프 블래터 현 FIFA 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2011년 회장 선거 때 ‘반 블래터 진영’에 섰던 무함마드 빈 함만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에게 영구제명이라는 ‘사형 선고’를 내렸던 전례도 있다. 정 명예회장은 윤리위에 대해 “블래터의 살인청부업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정 명예회장은 윤리위의 제재를 바로잡기 위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포함한 모든 법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간이 별로 없다. 2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릴 FIFA 임시집행위원회에서 회장 선거 연기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후보 등록 자체가 힘들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