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까지는 놀이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야구는 전쟁으로 바뀐다. 상대 선수를 다치게 만드는 거친 플레이도 여름까지는 실수지만 가을이 되면 고의(故意)가 된다. 포스트시즌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과 미국 모두 ‘비(非)매너 플레이’ 논란으로 시끄러운 이유다.
프로야구 넥센과 두산은 11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1루 수비를 하던 두산 오재원이 희생번트를 대고 1루로 뛰어가던 넥센 서건창의 주로(走路)를 막은 채 공을 받은 것이 단초가 됐다. 4월 9일 두산과의 경기 때 1루에서 고영민과 충돌해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던 서건창이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좀 피해서 잡지”라고 한 혼잣말을 관중들의 함성 때문에 욕설로 잘못 들은 오재원이 곧바로 욕설로 받아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한 야구인은 “오재원의 플레이가 너무 위험했다. 서건창이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서건창은 물론 오재원도 다칠 수 있었다”며 “오재원이 왼발로 베이스를 밟아야 하는 정석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휘어져 나가는 송구를 잡으려다 주로를 막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잠실에서는 누구도 다치지 않았지만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는 다리가 부러진 선수가 나왔다. 11일 열린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1루 주자였던 LA 다저스의 체이스 어틀리(37)가 2루에 슬라이딩 하면서 뉴욕 메츠의 유격수 루벤 테하다(26)의 종아리를 발로 차 뼈를 부러뜨린 것.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어틀리에게 디비전시리즈 3, 4차전 출장 정지를 명했다. 어틀리도 ‘메츠의 심장’ 데이비드 라이트(33)를 통해 테하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한국보다 ‘보복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남은 경기에서 어틀리에게 빈볼이 날아올 수도 있다.
야구에서 ‘충돌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합법적이었다’고 항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피츠버그 강정호(28)의 다리를 부러뜨린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코글란(30)도 그렇게 주장했다. 야구 규칙 어디에도 오재원의 수비 방식이 잘못됐다는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대신 야구는 수많은 ‘불문율’을 통해 이를 보완한다. 불문율 대부분은 경기에 이기려고 최선을 다하되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그게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도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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