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 한국말 배워… 집에선 이화현”
한국서 열리는 LPGA대회 큰 기대… 수업 들으려 다음 4개 대회 불참
사진 촬영 좀 하겠다고 했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174cm의 훤칠한 키에 뛰어난 미모를 지녀 ‘필드의 모델’로 불리는 그도 수줍음을 탔다. 15일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재미교포 앨리슨 리(20·사진)다.
13일 대회 장소인 인천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만난 그는 “예전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LPGA투어에 출전하고 싶었는데 기대가 크다. 늘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말했다. 앨리슨 리는 지난달 한국투어인 한화금융클래식에서 공동 2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공동 수석으로 합격한 앨리슨 리는 올 시즌 21개 대회에서 6차례 톱10에 들며 상금 18위(61만 달러)에 올라 있다. 연초 483위이던 세계 랭킹은 26위까지 솟구쳤다. 가는 곳마다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비결에 대해 그는 “늘 밝고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려고 한다. 팬들의 사인 요청과 사진 촬영에도 잘 응하는 편이다. 좋은 이미지로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LPGA투어에는 김효주 김세영 장하나 이민지 등 뛰어난 한국(계) 신인이 많다. 앨리슨 리는 “우수한 동기들이 많지만 경쟁자라기보다는 친구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앨리슨 리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화현이란 한국 이름을 갖고 있는 그는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셔서 열 살 때까지 할머니 집에서 크면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어는 어릴 때만 써서 기초 수준”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지난 학기 휴학을 했다 이번 학기에 복학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다. 다음 주부터 열리는 4개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수업을 듣는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을 만나고 골프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좋다. 꼭 졸업할 것이다. 대회 때도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건강미 넘치는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앨리슨 리는 최근 눈물로 화제를 뿌렸다. 지난달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미국팀으로 참가한 그가 유럽팀의 수잔 페테르센과 컨시드를 둘러싼 논란을 일으킨 뒤 흐느꼈던 일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 얘기를 꺼내자 앨리슨 리는 “뜻하지 않게 힘든 감정을 겪었다. 페테르센과 그 후 따로 만났다. 우리 둘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도 이젠 잊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음식이 돼지불고기와 김치찌개라는 앨리슨 리는 “어제 김포 아웃렛 매장을 2시간 동안 둘러본 뒤 순두부찌개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며 웃었다.
한편 이날 발표된 1라운드 조 편성에서 앨리슨 리는 국내 투어 상금 선두인 전인지, 세계 2위 리디아 고와 같은 조가 돼 흥행카드다운 대접을 받았다. 세계 1위 박인비는 절친한 후배 유소연과 동반자가 돼 폴라 크리머와 첫 라운드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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