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결국 점수가 나야 이기는 경기다. 그래서 적잖은 한계를 가졌음에도 타점과 득점권타율 기록이 무게감을 갖는다. 플레이오프(PO)에서 만나는 NC와 두산은 강력한 득점력을 보유한 팀이다. 두 팀 모두 올 시즌에 800득점(NC 844점·두산 807점)을 넘겼다. NC는 올 시즌 100타점 이상 타자를 3명(에릭 테임즈·나성범·이호준)이나 배출했다. 두산에선 김현수가 121타점을 올렸다. 양 팀은 장타력뿐 아니라 기동력, 작전야구 등 다양한 득점 루트를 보유한 팀이지만 결국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결정력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줘야 할 핵심타자로는 NC 테임즈(29)와 두산 김현수(27)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 테임즈, NC 공격의 알파이자 오메가
NC 김경문 감독은 테이블세터를 기존 1∼2번이 아닌 1∼3번으로 확장하는 신개념 라인업으로 득점력을 극대화해 재미를 봤다. 이종욱처럼 발 빠르고 정교한 타자를 3번에 배치하고, 4번에 테임즈를 기용했다. 이어 5번 나성범, 6번 이호준이 뒤를 받쳤다. 만능타자에 가까운 테임즈가 주자가 모인 상황에서 결정을 지을 수도 있고, 아니면 40도루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 그가 볼넷을 얻어 출루만 해도 병살을 피하며 5∼6번에서 대량득점을 노릴 수 있었다. 게다가 테임즈는 두산전에서 타율 0.431에 7홈런 24타점으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였다. 테임즈가 위력을 발하면 나성범(두산전 타율 0.328·3홈런·15타점), 이호준(두산전 타율 0.271·1홈런·12타점)의 위력도 극대화된다. 올 시즌 타율 0.381에 47홈런 40도루 140타점을 기록한 테임즈지만, 잠실구장 성적(타율 0.216·2홈런·9타점)이 떨어지는 것은 유일한 약점이다. ● 김현수, NC가 가장 두려워하는 타자
8승8패라는 시즌 상대전적에서 알 수 있듯 두산 타자들은 전반적으로 NC전에서 잘 쳤다. 김현수는 NC전에서 타율 0.439로 단연 돋보였다. 자신의 시즌 타율 0.326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9개 구단 상대 타율 중 NC전이 가장 좋다. 두산은 정수빈, 데이빈슨 로메로 정도가 1할대 타율로 약했던 것을 제외하면 양의지, 민병헌, 김재호, 박건우, 홍성흔 등이 NC전 타율 3할을 넘겼다. 두산은 넥센과의 준PO 4차전에서 9회 대역전극을 펼쳤는데, 그 중심도 김현수였다. 6-9로 뒤진 1사 만루 찬스서 2타점 우전적시타를 터뜨려 8-9까지 따라붙게 만들었다. 그 직후 양의지의 2루타와 상대 실책이 터져 두산은 전세를 뒤집었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완결에 가까운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는 타자가 김현수다. NC 김경문 감독도 두산 사령탑 시절 키워낸 애제자 김현수를 가장 경계한다. 실제로 9월 4일 마산 두산전에선 김현수에게 2차례 몸에 맞는 공을 포함해 3개의 4사구를 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