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츠 2루수 대니얼 머피(30)는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3라운드 394번째로 지명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빅리그 8년 동안 기록한 홈런은 고작 62개에 불과했다. 올 시즌 14홈런이 커리어 하이일 정도로 파워히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수비에서도 늘 떠돌이 신세였다. 팀의 간판스타 데이비드 라이트가 부상을 당하자, 3루수로 경기에 나섰다. 정규시즌 막판 라이트가 돌아오자 군소리 없이 2루수로 돌아갔다. 빅리그 초반에는 외야수로도 뛰었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NL) 올스타전에서 체이스 어틀리(당시 필라델피아·현 LA 다저스)의 백업 2루수로 뽑힌 것 외에는 이렇다할 수상 경력도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된 올해 포스트시즌에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6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쳤고, 홈런을 벌써 4개나 때리며 6타점을 책임졌다.
막강 선발진을 보유했지만 타선이 약하다는 이유로 메츠는 NL 포스트시즌 진출팀들 가운데 가장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머피는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와 짝을 이뤄 상대 투수진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며 전문가들의 예측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우투좌타인 머피는 LA 다저스와의 NL 디비전시리즈 1차전과 4차전에서 최고의 좌완투수인 클레이튼 커쇼로부터 홈런을 뽑아냈다. 팀의 사활이 걸린 5차전에서도 올 시즌 NL 방어율 1위 잭 그레인키를 상대로 홈런포를 뿜어내는 등 3안타 2타점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머피는 18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의 NL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도 좌완 선발 존 레스터로부터 기선을 제압하는 솔로홈런을 1회부터 터트렸다. 이쯤 되면 ‘에이스 킬러’로 불러도 무방하다. 홈런도 홈런이지만, 9회초 선보인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는 메츠의 승리를 지키는 명품 수비였다.
1986년 이후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을 노리는 메츠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한 머피는 올 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리그 최고의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포를 펑펑 쏘아 올리고 있는 그의 주가는 말 그대로 상종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