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 감독(44)이 이끄는 17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처음으로 꺾으며 ‘황금 세대’ 출현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은 18일(한국 시간) 칠레 코킴보에서 열린 FIFA 17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후반 34분에 터진 장재원(울산 현대고)의 결승골에 힘입어 브라질에 1-0으로 승리했다. 역대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 3번, 준우승 2번을 차지한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한국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브라질을 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올림픽 대표팀이 2번 맞붙어 모두 졌고, 20세 이하 대표팀은 6전 전패를 했다. 여자 대표팀은 2008년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2-1로, 2012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2-0으로 이긴 적이 있다.
○ ‘최전방 수비수’ 이승우
역대 어느 17세 이하 월드컵보다 이번 대회에 축구 팬의 관심이 많이 쏠리는 것은 이승우(FC 바르셀로나) 때문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구단 FC 바르셀로나의 성인 2군 팀 소속인 이승우는 이번 대표팀 중 유일한 해외파다. 이승우는 이미 프로에서 뛰는 성인 선수급의 경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승우와 관련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최 감독은 평소 “우리 팀에는 21명의 선수가 있다. 모든 관심이 (이)승우에게만 쏠리는 건 팀워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9월에 열렸던 수원 콘티넨털컵 국제청소년대회 때는 이승우가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을 몇 차례 보이자 ‘이승우 원맨팀’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이승우 원맨팀’에 대한 우려는 18일 브라질전에서만큼은 기우였다. 4-4-2 전형에서 유주안(매탄고)과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나선 이승우는 이날 ‘최전방 수비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었다. 이승우는 대표팀의 공격이 끊겨 역습을 당할 상황에 놓이면 가장 앞 선에서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역습을 방해했다. 동료 선수가 허벅지 근육 경련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질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간 것도 이승우였다.
○ 황금 세대 탄생 예고
이번 대표팀에서 골키퍼 3명을 제외한 18명 중 8명은 3년 전 14세 이하 대표팀 때부터 호흡을 맞춰 왔다. 브라질전에서 골을 넣은 장재원을 포함해 공격수 유주안, 이상헌(울산 현대고), 미드필더 박상혁(매탄고), 수비수 김승우(보인고) 박명수(대건고) 이상민(울산 현대고) 최재영(포항제철고) 등이 14세 때부터 연령대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다.
특히 브라질전에서 포백 수비라인 4자리 중 3자리를 나눠 맡은 박명수, 최재영, 이상민은 찰떡 호흡으로 막강 화력 브라질에 유효 슈팅 1개만을 내주는 짠물 수비를 보여줬다. 17세 이하 남미선수권에서 8골을 잡아내 ‘제2의 네이마르’로 불리는 브라질 공격수 레안드루가 후반 9분 교체돼 나가면서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을 만큼 브라질은 한국 수비에 철저히 봉쇄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0년 뒤를 내다보는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골든 에이지 프로젝트’를 지난해 가동하면서 16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최 감독에게 맡겼다. 1년의 시간이 흘러 이번 월드컵 첫판에서 브라질을 꺾는 이변을 일으킨 최 감독이 한국 축구의 황금 세대를 만들어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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