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의 안방인 마산구장의 홈 플레이트 뒤에는 ‘WON TEAM, ONE DINOS 155K’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올 2월 대장암 판정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위해 팀을 떠나 있었던 원종현(28·사진)을 향한 응원 메시지다. 155K는 원종현이 뿌리던 155km의 강속구를 의미한다. NC 선수들은 올 시즌 155K를 새긴 모자와 헬멧을 쓰고 경기에 나섰다.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원종현은 선발 투수 해커보다 먼저 마운드를 밟았다. 시구하기 위해서였다. 원종현은 1년여 만에 4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원종현은 “상의까지 입은 건 아픈 뒤 처음이다. 몸무게가 4kg 줄어 유니폼이 조금 커졌다”며 웃었다.
“세게 던지면 좋겠지만 제 생각에 공이 세게 갈 것 같지 않습니다”라던 원종현은 손목 스냅만 이용해 마운드 위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졌다. 하지만 팬들은 155km짜리 강속구로 삼진을 잡아낼 때보다 더 큰 함성으로 돌아온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올 시즌 155K는 원종현과 NC 모두에게 큰 힘이 됐다. 김경문 감독은 “종현이가 돌아온 게 팀이 포스트시즌 올라간 것 이상으로 기쁘다. 우리 선수들이 종현이가 빠진 몫까지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원종현은 “항암 치료를 받을 때 155K를 새기고 좋은 성적을 내준 선수들이 큰 힘이 됐다. 포스트시즌에 팀과 함께할 수 있게 돼 고맙다. 내년엔 꼭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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