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리하라 코이치로(사진)는 1969년부터 1999년까지 30년간 일본 경정 초특급 선수로 활약한 일본 경정의 신화다. 통산상금 110억원을 벌었다. 올해 만 67세로 우리나라로 치면 ‘지공거사’(지하철 공짜세대)다.
● 한국 경정의 산파 쿠리하라
쿠리하라는 은퇴 후 실시간 경정중계채널 일본레저채널(JLC)의 해설가로 활동했다. 그는 이때 한국의 경정도입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일본 경정계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정 불모지였던 한국행을 결행했다.
2001년 8월 경정훈련원의 교관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한 대의 경정보트도 없이 훈련하던 1기 후보생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일본 경정에서 사용하던 모터 10기와 보트 7척을 구입해 한국으로 들여왔다. 이후 3기 후보생까지 직접 지도하며 한국경정의 안착에 큰 공헌을 한 후 2004년 일본으로 돌아갔다. 경주 운영부터 심판, 경주장비, 판정, 시설에 이르기까지 그의 자문을 받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쿠리하라는 따뜻한 심장을 지녔다. 한국경정 선수들과의 정도 국적을 떠나 감동적일만큼 깊다. 매년 10월 선수들은 한국에 온 스승을 만나기 위해 ‘전원집합’을 하고, 그 역시 선수나 경정직원들의 경조사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21일과 22일, 이틀간 아주 특별한 경주가 미사리 경정장에서 열린다. 한국 경정의 산파 역할을 한 쿠리하라의 공을 기리는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이 그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이창섭) 경륜경정사업본부는 주최로 열리는 대회는 쿠리하라 코이치로의 이름을 딴 특별경주로 2004년 첫 대회 이후 올해로 12년째를 맞는다.
● 미리 보는 그랑프리…어선규 김효년 장영태 등 스타 총출동
이번 대회는 미리 보는 그랑프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역대 우승자들이 총출동한다. 2013년 우승자 어선규(37·4기)가 1위로 출전권을 따냈고 2011년 우승자 김효년(41·2기)도 오랜만에 컴백한다. 디팬딩 챔피언 장영태(40·1기)가 대회 2연패 도전에 나서고 2012년 준우승자 김종민(38·2기) 역시 스승이 보는 앞에서 ‘경정황제’의 부활을 노린다.
신진세력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시즌 세 번째 대상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심상철(33·7기)과 손제민(33ㆍ6기)을 비롯해 3위에 올랐던 신예 유석현(29ㆍ12기)의 돌풍도 또 한 번 예상된다.
21일 준결승을 거쳐 상위 6명이 22일(14경주) 쿠리하라배의 주인공을 가리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최근 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됐던 쿠리하라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올해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 시상식에 참가한다.
우승자에게는 상금 1000만원, 2위와 3위에게는 각각 700만원과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22일 14경주 종료 후 경정장 야외 관람석 앞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김동환 차장은 “한 시즌 5∼6차례 대상경정이 열리지만 쿠리하라배는 남다른 상징성 때문에 선수들이 가장 애착을 갖는 대회다. 올해도 우리 선수들이 멋진 경기력으로 한국 경정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