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더비는 전쟁이다. 라이벌 의식이 강한 만큼 선수들의 눈빛부터 달라진다.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5∼2016 V리그’ 두 팀의 첫 맞대결에서 가장 관심을 끈 선수는 삼성화재 그로저였다. 3시즌 연속 최우수선수(MVP) 레오를 대신해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그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관심이 컸다. 국제무대에서 그로저의 이름은 유명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이런 선수를 볼 수 있는 V리그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대항전 유러피안컵을 치르고 온 그로저는 입국 이틀 만에 실전에 투입됐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실전을 하고 와서 시차 빼고는 문제가 없다. 세터 유광우와의 호흡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소문대로 파워는 대단했다. 다만 “타점은 레오만큼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경기를 지켜본 이종경 SBS 해설위원은 말했다.
유광우와 토스 높이로 계속 얘기를 주고받은 그로저가 주춤하는 사이, 현대캐피탈은 첫 세트 8-11의 스코어를 뒤집었다. 현대캐피탈은 서브로 삼성화재의 리시브를 흔들며 25-21로 1세트를 따냈다. 8득점의 문성민이 1세트의 주역이었다.
현대캐피탈은 2세트에도 근소하게 앞서간 뒤 중반 그물수비와 블로킹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오픈공격밖에 할 수 없는 그로저는 상대의 3명 블로킹에 성공률이 떨어졌다. 11-20에서 김명진으로 교체됐다. 2세트도 현대캐피탈의 25-16 승리로 끝났다.
라이벌전답게 삼성화재는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고 3세트 먼저 세트포인트에 올랐지만, 현대캐피탈은 오레올과 문성민의 원투펀치로 경기를 마감했다. 26-25에서 경기를 끝낸 점수는 그로저의 공격범실이었다. 현대캐피탈은 2승째(1패)를 기록했고, 삼성화재는 3연패에 빠졌다. 문성민은 18득점, 오레올은 22득점으로 현대캐피탈을 이끌었다. 그로저는 17득점에 그쳤다.
같은 장소에서 앞서 벌어진 여자부 경기에선 IBK기업은행이 인삼공사를 세트스코어 3-1(25-16 27-25 18-25 25-13)로 꺾고 2승째(1패)를 챙겼다. 인삼공사는 2연패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