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장군! 멍군!…배짱도 그 제자 그 스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5시 45분


두산 출신 사제지간인 NC 김경문 감독(왼쪽)과 두산 김태형 감독이 플레이오프에서 닮은 꼴 행보로 눈길을 끈다. 선수단을 장악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선 굵은 공격야구에 절묘한 작전야구까지 흡사하다. 스포츠동아DB
두산 출신 사제지간인 NC 김경문 감독(왼쪽)과 두산 김태형 감독이 플레이오프에서 닮은 꼴 행보로 눈길을 끈다. 선수단을 장악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선 굵은 공격야구에 절묘한 작전야구까지 흡사하다. 스포츠동아DB
■ PO 사제대결 갈수록 흥미진진

김태형감독 1차전 결정적 히트&런 성공
김경문감독 2차전 스퀴즈작전으로 승리
1·2차전 같은 라인업 구성 ‘배짱도 닮아’


두산은 OB 시절부터 전통의 포수 왕국이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10명의 프로야구 감독이 있는데, 이 중 무려 3명이 베어스 포수 출신이다. 베어스 명포수 1세대는 NC 김경문, kt 조범현 감독이다. 1982년 원년부터 1989년까지 8년을 함께 뛰었다. 1990년 2세대 주자가 입단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다. 1990년 당시 김경문 감독은 태평양으로 트레이드돼 유니폼을 바꿔 입은 상태였다. 김태형 감독은 조범현 감독과 원정 숙소에서 한 방을 쓰며 배우고 또 배웠다. 1991년 조범현 감독은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그 대신 김경문 감독이 1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이 이어졌다. 1991시즌을 끝으로 김경문 감독은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두산에서 배터리코치와 선수로, 다시 감독과 배터리코치로 10년 이상을 함께했다.

프로야구에서 감독과 선수로 잠시 만나도 대외적으로 종종 사제의 인연으로 묶인다. 다만 당사자 양쪽 모두가 스승과 제자로 서로를 인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같은 포지션에서 최고참과 막내로 만나 코치와 선수, 감독과 코치로 이어진 김경문-김태형 감독은 진정한 사제지간이라 할 수 있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두 감독은 2차전까지 1승1패를 나눴다. 양 감독의 전략과 전술은 강한 카리스마와 소신으로 팀 전체를 끌고 나가는 흥미진진한 사제의 공방전을 보여줬다.

● 히트&런 VS 스퀴즈번트


18일 1차전 김태형 감독은 1회초 1번 정수빈이 출루하자마자 2번 허경민에게 히트&런 작전을 걸었다. 주자도 무조건 뛰고 타자도 무조건 스윙해야 하는 이 작전은 피치아웃이라는 천적이 있다. 공격 측에선 더블플레이를 막는 데 효과적이지만, 허망하게 주자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인 감독은 망설이지 않았고, 선취점을 내는 결정적 찬스로 이어졌다.

19일 2차전 NC는 8회말 가까스로 1-1 동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1사 3루 김성욱 타석. 볼카운트 2B-0S가 되자 김경문 감독은 3구째에 과감히 스퀴즈번트 사인을 냈다. 피치아웃이면 소중한 역전주자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었지만 승부를 걸었고, 결과는 기막힌 성공작이었다.

모두 선 굵은 야구를 즐겨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단기전에서 김태형 감독은 현란했고 김경문 감독도 노련하게 받아쳤다.

이겼으니까 VS 이길 때까지

김경문 감독은 21일 3차전에서 타순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1차전에서 패했지만 2차전에서 똑같은 타선을 꺼낸 뒤 “이길 때까지”라고 했던 약속을 스스로 지켰다. 1차전에서 영패를 당했고, 2차전 두산 선발이 좌완 장원준이었지만 1번부터 5번까지 왼손타자를 그대로 고수했다. 대단한 배짱이다. 김태형 감독도 1·2차전을 똑같은 라인업으로 치렀다. 이유는 “이겼으니까 그대로”였다. 역시 스승과 닮은 강한 자신감이다. 2차전 직후 김태형 감독은 “아∼, 노경은을 함덕주보다 먼저 낼 걸”이라며 공개적으로 자책했다.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때보다 더 마음을 졸였다”고 고백했다. 스스로 권위의 성에 갇히지 않고 솔직 담백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닮은꼴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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