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외도박 선수들 KS 엔트리 제외”

삼성 선수들이 연루된 ‘해외원정도박’ 스캔들이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낳았다. 20일 삼성 라이온즈 김인 사장은 대국민사과와 더불어 의혹을 사고 있는 선수들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를 발표했다(왼쪽 사진). 이날 삼성 선수들은 굳은 표정 속에 대구구장에서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을 했다. 대구｜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KS 출전 반대” 성난 여론에 김인 사장 대국민 사과…주력 투수 3명 빠질 듯

삼성이 ‘해외원정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삼성 김인 사장은 20일 대구시민운동장 관리소 2층 VIP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소속 선수들이 도박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을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구단은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하며 “향후 도박 의혹과 관련해 수사당국의 요청이 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삼성 선수들이 마카오에서 조직폭력배의 자금으로 수억원대 도박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시작했다. 아직은 내사 초기 단계라 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도 20일 스포츠동아에 “한국시리즈 개막(26일) 전까지 수사 착수나 소환조사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일단 도박 의혹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팀에 물의를 일으켰다고 판단해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를 결정했다.

김 사장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전제한 뒤 “우선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 있고 심리적으로도 아주 불안한 상황이라 훈련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팀도 예년과는 달리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고 사기도 많이 떨어진 어수선한 분위기라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서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엔트리에서 빠지게 될 선수들의 이름과 인원을 공개하진 않았다. “아직 의혹을 받고 있을 뿐이고, 혐의에 대해 결정된 사안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점에 대해선 이해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주력 투수 가운데 3명이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은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현재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엔트리 제외를 최종 결정했다”며 “만약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때 구단에서 사규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