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월드컵 16강 확정]기니전 결승골 주인공 오세훈
8월에 승선했지만 칠레행 불투명… 9월 수원컵 성실한 플레이로 낙점
현대高서도 교체출전 해결사 역할
자신에게 찾아 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로 연결시킨 오세훈(16·울산 현대고 1학년). 기니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교체 투입된 것처럼 오세훈은 17세 이하 대표팀에도 막차로 합류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그는 8월 목포에서 열린 국내 훈련에서 처음으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첫 대표팀 소집 때만 해도 월드컵행은 불투명했다. 박기욱 울산 현대고 감독(37)은 “당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통화를 했는데 ‘(오세훈이) 칠레까지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세훈은 월드컵 최종 모의고사 격인 9월 수원 콘티넨탈컵에서 왕성한 활동량과 성실한 훈련 태도로 최진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 감독은 “스스로의 힘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뒤 결정적인 골까지 터뜨린 오세훈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수비수였던 오세훈은 울산 현대중을 거치면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1학년이어서 울산고에서도 그는 ‘조커’ 역할을 맡고 있다. 박 감독은 “오세훈은 팀에서도 후반전에 교체로 나와 기니전과 같은 골을 터뜨렸다. 골 결정력을 갖춘 ‘준비된 공격수’다”라고 말했다.
오세훈은 아버지에게서 탄탄한 체격 조건(185cm, 70kg)을, 핸드볼 선수 출신인 어머니에게서 운동신경을 물려받았다. 박 감독은 “키가 192cm인 아버지 오의환 씨(46)를 처음 봤을 때 배구선수 출신인 줄로 착각했었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아들을 응원했다는 오 씨는 “세훈이가 후반 추가 시간에 교체로 출전하는 것을 보고 ‘(감독님이) 뛰게 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골까지 터뜨려 뿌듯하다”고 말했다.
기니와의 경기 전까지만 해도 오 씨는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아들 때문에 가슴앓이를 했다. 최진철호의 마지막 연습 경기였던 파라과이전(10일·현지 시간)에 오세훈은 출전하지 못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듯한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오 씨는 아들에게 파라과이전에 몇 명이 교체 출전했는지를 물었고, 아들은 ‘4명’이라는 짧은 답만 남겼다. 18일 브라질전에서는 다행히 아들이 교체 출전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오세훈은 “열심히 뛰었는데 골 기회가 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오 씨는 그때마다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하자. 사랑한다”는 카카오톡메시지로 위로했고, 오세훈은 마침내 환상적인 골로 아버지의 믿음에 보답했다.
오 씨는 “막내(오세훈)의 골은 나와 아내뿐만 아니라 첫째아들에게도 소중한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오세훈보다 세 살 많은 형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축구 선수로 뛰다 부상으로 꿈을 접었다. 오 씨는 “형의 어깨너머로 축구를 배우기 시작한 막내가 월드컵 무대에서 형의 꿈까지 이뤄줬다”고 말했다. 기니전이 끝난 후 오세훈은 들뜬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 제가 한 골 넣었어요. 골 장면 보셨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 씨는 “세훈이가 왼발을 잘 쓰는데 왼쪽으로 공이 흐르기에 골을 직감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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