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를 앞둔 최진철 대표팀 감독이 8강행에 유리한 16강 대진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21일 칠레 라세레나에서 열린 기니와의 2차전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는 최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최진철 17세 이하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4)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16강에 조 1위로 진출할 것이냐, 조 2위로 올라갈 것이냐다. 남녀를 통틀어 역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이 ‘조별리그 3승’을 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최 감독이 3연승의 달콤한 성적표에 끌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24일 오전 5시(한국 시간)에 열리는 잉글랜드와의 3차전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16강 상대가 누가 되느냐다. 조 1위가 되느냐, 2위가 되느냐에 따라 상대는 달라진다. 3차전에서 한국이 승리하거나 비기면 조 1위를 지키지만, 패하면 브라질과 기니의 경기 결과에 따라 조 2위가 될 수 있다. B조 1위는 A, C, D조 3위 중 한 팀과, B조 2위는 F조 2위와 16강에서 만난다.
조별리그 순위만을 고려했을 때는 조 2위보다 3위를 상대하는 것이 편해 보인다. 그러나 지난 대회에서 조별리그 3위로 16강에 진출한 4개 팀 중 2팀(스웨덴, 코트디부아르)이 8강에 올랐을 정도로 청소년대회에는 변수가 많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청소년 선수들은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경기 당일의 분위기와 흐름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회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 한국에 2연패를 안긴 미국(A조),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C조), 역대 전적에서 2패로 열세인 에콰도르(D조)가 3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최진철호에 부담이다.
한국이 조 2위일 때 맞붙게 될 팀이 속한 F조는 프랑스(1위·이하 22일 현재 순위)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파라과이가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개막 전 마지막 연습경기인 파라과이전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두며 3연승(본선 포함)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격수 유주안(매탄고·2골)과 수비수 김승우(보인고)가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 시리아(3위)와 뉴질랜드(4위) 중 한 팀이 2위가 돼도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최 감독은 23일 열리는 F조의 2차전 결과를 보고 조 1위와 2위 중 어느 쪽이 8강행에 유리할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조 2위를 염두에 둔다면 잉글랜드전에서 그동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우며 16강전에 대비한 체력 관리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16강전 장소에 따른 선수단 이동 거리와 피로도도 감안해야 한다. 조 1위일 때는 기니전을 치른 라세레나에서 경기를 치르는 반면 조 2위일 때는 라세레나에서 약 430km 남쪽에 위치한 비나델마르로 이동해야 한다.
한편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최소 조 3위로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전에서 총공세를 펼칠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 4월 최 감독은 사령탑 데뷔 무대였던 몬디알 풋볼 몽테규대회(16세 이하 대표팀 출전)에서 잉글랜드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당시 골을 터뜨린 선수가 대표팀 ‘공격의 핵’ 이승우(17·바르셀로나)다. 조별리그에서 무득점에 그치고 있는 이승우가 16강전을 앞두고 득점포를 가동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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