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타 마스터즈 우승으로 살아난 자신감 철저한 자기관리…나이에 맞는 스윙 장착 “JLPGA 통산 30승, 골프인생 마지막 목표”
“내년 상금왕과 일본에서 30승을 채우는 것이 마지막 목표다.”
36세의 베테랑 골퍼 이지희가 25일 일본 효고현 미키시 마스터즈 골프클럽에서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노부타그룹 마스터즈GC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이 우승으로 이지희는 JLPGA 통산 19승을 달성했다. 이지희에게 멈췄던 꿈을 다시 꾸게 하는 매우 의미 있는 우승이었다.
● “경험과 집중력의 승리”
이번 대회는 개막 전부터 모든 관심이 이보미(27)에게 쏠렸다. 상금랭킹 1위 이보미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일본 여자골프 사상 최초로 연간 상금 2억엔을 돌파한다. 최종라운드. 이지희는 이보미에 1타 앞선 단독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초반 승부는 팽팽했다. 파 행진을 거듭하면서 1타 차가 유지됐다. 숨 막히는 우승 경쟁이 계속되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어지간한 선수였더라면 이보미가 뒤에서 쫓아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지희는 달랐다. 그를 지탱한 건 수 많은 경험과 집중력이었다.
이지희는 1998년 프로가 됐다. 3년 동안 KLPGA투어에서 뛰었고 2001년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데뷔 첫 해 다이오세이시 엘르에어 레이디스 우승을 차지했고, 신인상도 손에 쥐었다. 올해로 프로가 된 지 18년째다. JLPGA투어에서만 15년째 생활하고 있다. 우승 경험도 18번이나 됐다.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이보미와 비교가 되지 않지만 이지희에겐 이보미의 두 배가 넘는 경험이 있었다. 우승 경쟁 속에서 경험은 실력을 압도할 때도 있다.
4번홀(파3)에서의 버디는 이지희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3번홀까지 파 행진이 계속됐다. 이보미의 샷 감각도 나쁘지 않았다. 계속해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퍼트가 홀에 떨어지지 않았을 뿐, 날카로움은 여전했다. 이보미가 먼저 버디를 할 경우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이지희가 먼저 버디를 하면서 1타 차 선두에서 2타 차로 간격이 벌어졌다. 여유를 찾은 이지희는 이후 리드를 뺏기지 않았고, 후반 들어 안선주(28)의 거센 추격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으며 그대로 우승을 지켜냈다.
“매우 긴 하루였다. 그래서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내년 상금왕 그리고 일본 30승 목표”
이지희는 장점이 많은 선수다. 프로 데뷔 18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투어에서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후배들이 가장 부러워한다.
최근엔 새로운 스윙으로 재무장했다. 원래 스윙하는 동안 좌우의 움직임이 있던 것을 축을 움직이지 않고 몸통 회전을 하면서 스윙하는 동작으로 바꿨다. 결과가 좋게 나오면서 자신감도 높아졌다. 10년 넘게 해오던 스윙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를 통해 나이에 맞는 스윙을 찾았고 그러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스윙을 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윙을 바꾸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하면서 벌써 10년이 지났다. 지난 겨울 훈련을 하면서 새로운 스윙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나 자신을 믿었고 잘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컸다. 오늘의 우승은 그런 노력의 대가인 것 같아 더욱 기쁘다.”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체력이다. 이지희는 “전혀 문제없다. 지금도 생생하다. 앞으로 얼마나 투어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흔 살까지는 뛸 수 있을 것 같다. 걱정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프로 18년 동안 많은 것을 이뤘다. 그러나 이지희의 꿈은 멈추지 않고 있다.
“3년 전 JLPGA투어 영구시드를 목표(30승)로 세웠다. 그러다 최근 2년 동안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목표를 포기하려고 했다. 이제 다시 도전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내년 상금왕도 도전할 것이다. 오늘처럼 집중한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자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