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는 올 시즌으로 계약이 만료된 기존 네이밍 스폰서 넥센타이어(이하 넥센)를 포함해 7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과 협력했다. 넥센의 연간 후원금은 40억∼50억원에 달했고, 다른 스폰서를 통해 현금은 물론 물품을 지원받았다. 타 구단과 달리 모기업이 없는 넥센으로선 마케팅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은 일본계 금융기업 J트러스트 그룹과의 네이밍 스폰서 협상이 공개된 것은 그래서 뼈아프다. 계약 여부를 떠나 히어로즈의 사정을 가장 잘 이해했던 후원 희망자였기 때문이다. ● 히어로즈와 ‘갑’이 된 스폰서
히어로즈는 새 네이밍 스폰서 유치 과정에서 우선순위로 ‘수평적 관계’를 요구했다. 올해로 창단 8년째를 맞은 히어로즈는 특출한 육성시스템과 관리시스템으로 최근 3년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장석 대표를 중심으로 야구단 운영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이다. 반면 스폰서는 구단 운영의 노하우가 없다. 히어로즈를 믿고 운영 일체에 간섭해선 안 된다. 이것이 히어로즈의 기본 입장이었다. 이 같은 측면에서 국내 대기업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경기 안팎에 대한 간섭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팽팽한 ‘힘의 균형’이 필요했다.
히어로즈는 중·소 규모의 서브스폰서를 통해서도 연간 30억원 안팎의 수입을 올린다. 이중 서울시에 내는 세금을 제외하면 10억원 가량이 남는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히어로즈 마케팅의 결실이다. 재정이 열악한 만큼 시즌을 마치고 연간 단위 신규계약이나 연장계약으로 큰 도움을 얻었다. 그러나 일부 새 네이밍 스폰서 후보는 이 같은 중소 규모의 서브스폰서를 용인하지 않는 자세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다양한 선택지는 남아 있어
J트러스트와의 계약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거센 여론이 부담스러웠다. 히어로즈는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이미지가 무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는 사라졌지만, 아직 히어로즈를 원하는 기업은 많다. 넥센의 사례가 증명한다. 넥센은 6년간 히어로즈를 후원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광고효과를 봤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와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다. 히어로즈는 3년간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스토리 있는 선수들의 육성·발굴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이미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