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선 감독의 통제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는 플레이가 종종 나온다. 그리고 경기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8-7로 앞서있던 7회말 2사 1·2루 채태인 타석 볼카운트 1B-1S서 노경은을 마무리 이현승으로 교체했다. 아웃카운트 7개가 남은 상황, 그것도 타자와 승부가 진행 중인 가운데 마무리 투입을 결정한 것은 과감하면서 의미 있는 승부수였다. 이현승은 채태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다음타자 이지영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1루수 오재일의 실책으로 순식간에 2점을 내주고 역전을 허용했다.
두산은 선발 유희관이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7회말 첫 타자까지 상대하게 하는 등 최대한 길게 끌고 갔다. 점수차가 있었고, 역시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불펜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로 보였다. 그러나 함덕주는 역시 중압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7회말 무사 1·2루서 야마이코 나바로와의 승부까지 맡겼지만, 변화구 제구가 매우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결국 중월3점홈런을 내주면서 팀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이현승의 조기 투입도 함덕주가 오래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리즈 전체를 봤을 때는 불펜 전력을 모두 투입한 첫 경기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삼성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는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최악의 투구를 했다. 직구 스피드도 현저히 떨어졌다. 2회초 오재원을 삼진으로 잡을 때 직구였지만 배트가 공 위로 지나갔다. 직구로 삼진을 잡을 때는 거의 대부분 배트가 공 아래로 지나간다. 그만큼 볼 회전력과 종속 모두 최악이었다. 속구가 위력을 잃으며 커브도 다 맞아나갔다.
KS 엔트리에서 빠진 핵심 전력의 영향으로 삼성 덕아웃도 어쩔 수 없이 피가로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갔고, 4회 6점째까지 내줬다. 정규시즌 때 삼성 마운드의 전력을 생각하면 매우 아쉬운 점이다. 단, 고무적인 부분은 권오준과 백정현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입돼 자신 있는 투구를 한 점이다. 이번 KS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전천후 역할을 해야 할 차우찬도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던 8회초 1사 1·3루서 등판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꼭 삼진을 잡아야 하는 순간 그 역할을 해낸 부분이 돋보였다. 1차전에서 드러났듯 양 팀 모두 불펜, 특히 롱맨이 부족하다. 불펜 운용이 시리즈 전체에 큰 영항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