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삼성이 왜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인지를 여실히 증명한 1차전이었다.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며 기분 좋은 승리를 신고했다.
삼성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에서 9-8 역전승을 거두고 먼저 웃었다. 역대 사례를 보면 1차전 승리팀이 KS 우승을 거머쥘 확률은 77.4%나 된다. 1차전이 무승부로 끝난 1982년과 삼성의 전·후기리그 통합우승으로 KS가 무산된 1985년을 제외한 역대 31차례 KS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것은 24차례나 된다.
삼성은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주축 투수를 3명이나 엔트리에서 제외한 채로 KS를 맞았지만, 역대 최고 팀타율(0.302)을 기록한 방망이를 앞세워 대역전승을 거뒀다. 초반에 0-5로 끌려가던 경기를 야금야금 따라가며 두산을 압박하더니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특히 4-8로 뒤진 7회말 공격에서 3안타와 2사사구, 상대 실책을 묶어 한꺼번에 5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박한이가 두산 선발 유희관을 상대로 우전안타로 출루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여기서 대타 배영섭이 두산의 바뀐 투수 함덕주를 상대하다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무사 1·2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다. 이때부터 삼성에는 행운이 따랐다. 야마이코 나바로가 볼카운트 3B-1S서 5구째 낮은 공을 볼로 판단하고 걸어 나가려는 순간, 나광남 주심의 손이 올라가면서 스트라이크로 선언됐다. 나바로는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타석에 들어서 6구째 바깥쪽 낮은 직구(시속 144km)를 통타해 한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비거리 130m)을 만들었다. 단숨에 7-8, 1점차로 따라붙었다.
이어 1사 후 박석민이 볼넷으로 나가자 두산은 노경은을 구원등판시켜 이승엽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다. 두산은 채태인 타석 때 볼카운트 1B-1S서 마무리투수 이현승을 조기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이때 채태인의 중전안타와 이현승의 폭투로 2사 2·3루 찬스가 이어졌다. 다음타자 이지영의 평범한 투수 앞 땅볼을 잡은 이현승의 송구를 1루수 오재일이 달려오는 타자주자를 의식하다 뒤로 빠뜨리면서 스코어는 9-8로 뒤집어졌다.
삼성은 8회초 1사 1·3루 위기서 차우찬 카드를 꺼내들었다. 차우찬은 남은 1.2이닝을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키고 1차전 데일리 MVP에 올랐다.
두산은 삼성 선발투수 알프레도 피가로를 상대로 1회초 허경민의 솔로홈런과 연속 3안타로 2점을 선취한 뒤 2회초에도 3점을 보태 5-0으로 앞서며 손쉽게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구원진의 난조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2차전은 27일 오후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두산 더스틴 니퍼트와 삼성 장원삼의 선발 맞대결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