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도 준치고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이런 속담이 여태 남아 있다는 건 많은 이들이 이 표현에 삶의 지혜가 녹아들어 있다고 믿는다는 뜻이다. 행운까지 따라주면 속담은 더욱 진실에 가까워진다. ‘이 빠진 사자’를 사냥할 때라고 해도 함부로 틈을 주면 안 되는 이유다.
프로야구 삼성이 한국시리즈 첫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삼성은 26일 안방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에 9-8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 5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이지만 최근 2년 동안에는 1차전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한 건 2012년 SK에 3-1로 이긴 게 마지막이었다.
승부는 엉뚱한 데서 갈렸다. 삼성이 7-8로 추격한 7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마무리 투수 이현승(32)을 조기 투입했다. 이현승의 폭투로 주자가 한 베이스씩 진루하며 2사 2, 3루. 이현승은 흔들리지 않고 이지영(29)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문제는 이현승이 던진 공이 1루수 오재일(29)의 미트를 스치고 떨어졌다는 것. 그사이 주자 두 명이 모두 들어오면서 경기는 9-8로 뒤집혔다.
경기 초반만 해도 두산이 승기를 잡는 듯했다. 두산은 2번 타자 허경민(25)이 1회초에 선제 1점 홈런을 뽑아낸 걸 시작으로 2회가 끝날 때까지 5-0으로 치고 나갔다. 3회 삼성에 2점을 내줬지만 4회 다시 1점을 뽑아내며 삼성 선발 피가로(31)를 강판시켰다. ‘헤드샷’ 규정에 따라 자동 퇴장 당한 걸 제외하면 정규 시즌 때는 6회 이전에 강판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던 피가로였다.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이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던 걸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삼성에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나바로(28)가 있었다. 나바로는 8-4로 뒤진 7회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두산 두 번째 투수 함덕주(20)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비거리 130m)을 때려냈다. 삼성의 ‘역전 본능’을 일깨우는 홈런이었다. 삼성 타자들은 여세를 몰아 상대 실책 때 득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거꾸로 두산은 김 감독이 계속 신뢰를 보내고 있는 함덕주가 또 한 번 무너지면서 불펜 운용에 대한 고민이 커지게 됐다. 정규 시즌 때 평균자책점 3.65로 필승조 노릇을 했던 함덕주이지만 포스트시즌 때는 평균자책점 34.71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차전 때는 8-4로 앞선 무사 1루 상황이라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등판했는데도 3분의 1이닝 동안 3점이나 내주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최종 결과에 따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가 될 수도 있는 2차전은 27일 오후 6시 30분에 열린다.
▼“7회 배영섭 사구 출루, 흐름 바꿔”▼
▽삼성 류중일 감독=안방 첫 경기에서 승리해 좋다. 피가로는 긴장한 탓인지 자기 공을 못 던졌지만 백정현과 차우찬이 잘 던져줬다. 7회 배영섭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고, 나바로의 3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2차전 선발 라인업 다르게 짤 것”▼ ▽두산 김태형 감독=마무리 투수 이현승을 일찍 내보내는 강수를 뒀는데 뼈아픈 실책이 나와 역전을 허용했다. 함덕주가 주자를 계속 내보내는 등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차전에서는 선발 선수들을 바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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