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주축투수 3명 빠진 상황서 “선발 중간 마무리 안 가리고 투입”
8회 1사 1, 3루 때 등판해 세이브
“우찬아, 우짜노, 여기까지 왔는데….”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당시 롯데 강병철 감독(69)이 ‘에이스’ 최동원(1958∼2011)에게 1, 3, 5, 7차전 등판을 지시하며 남긴 말을 올해 삼성에 대입하면 이렇지 않을까. 당시 최동원은 “마, 함 해보입시더!”라고 답했다. 올해 차우찬(28·사진)의 대답도 똑같을 것이다. 삼성은 주축 투수 세 명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아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한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들을 대신해 차우찬을 선발, 중간, 마무리에 전천후로 기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우찬은 올 시즌 출전한 31경기 중 29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불펜 경험도 적지 않다. 통산 58승 중 15승이 구원승이다.
류 감독이 ‘차우찬 필승 카드’를 꺼내든 데는 차우찬이 한국시리즈에서 강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차우찬은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14경기에서 34이닝을 던졌는데 평균자책점이 2.38밖에 되지 않았다. 삼진 29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11개만 내줄 정도로 제구력도 뛰어났다.
차우찬이 특히 빛났던 건 2013년이었다. 역시 두산과 맞붙었던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차우찬은 2, 3, 4, 6, 7차전 등 5경기에 등판해 12와 3분의 2이닝을 2실점(평균자책점 1.42)으로 막았다. 첫 두 경기를 내주면서 시리즈를 시작한 삼성으로서는 차우찬이 버텨주지 못했다면 두산의 조기 우승을 바라볼 뻔했었다.
군산상고를 졸업한 차우찬은 2006년 신인지명회의(드래프트) 때 2차 1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원래 구단에서는 경희대 박정규(32)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선동열 당시 감독이 직접 요청해 차우찬을 선택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차우찬이 삼성 마운드에 뿌리를 내리면서 삼성 팬들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좌완 강속구 투수를 얻었다.
차우찬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류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9-8로 앞선 8회 1사 1, 3루에서 등판해 김현수를 삼진, 양의지를 3루 직선타로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차우찬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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