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매년 공적기금 등 4조2000억 손실

동아닷컴DB

해외 불법조직에 거액 수수료…국부 유출 심각
스포츠토토 매출총량제한 등 규제에 불법 유혹
“합리적 정책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응해야”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체육 부문의 공적기금 및 국부 유출 손실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국민체육진흥공단(www.kspo.or.kr)에서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www.sportstoto.co.kr)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공적기금 및 법인세 손실액은 연간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합법적인 투표권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체육기금(1조원·2014년 기준)의 무려 4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실시한 ‘2012년 2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의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규모를 토대로 산출한 수치를 살펴보면, 체육 부문 공적기금 손실액은 연간 최소 1조4000억원에서 최대 3조9000억원이었다. 법인세 징수 손실액은 연간 최소 915억원에서 최대 261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하경제의 대표적 범죄행위인 불법 스포츠 도박은 정부 과세를 피해 부당한 이득을 취함으로써 막대한 규모의 체육 부문 공적기금 및 국가세수의 손실을 야기하는 등 건전한 경제질서 확립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게다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경우, 조직폭력배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운영에 깊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은 돈의 자금출처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올 8월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조직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400억원 상당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4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대전지역 폭력조직원들을 검거했다. 또 국내 체육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 당시에도 조직폭력배들이 대거 개입해 선수들을 협박하고 승부조작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그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 운영자들이 국내에서의 단속을 피해 중국, 필리핀 등 해외로 근거지를 이전하고 해외 불법 도박 운영조직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국부 유출도 극심해지고 있다. 캄보디아에 근거지를 두고 2007년 11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약 5년간 판돈 3조7000억원의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된 일당의 경우, 대포통장 계좌를 통해 수수료 명목으로만 무려 47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국부를 유출시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국내 스포츠 베팅의 경우 ㈜케이토토(대표이사 손준철)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수탁을 받아 체육진흥투표권사업인 ‘스포츠토토’를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매출총량제한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과도하게 가해지고 있는 까닭에 고객들이 불법시장으로 이탈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올 5월 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불법도박 확산방지 국제심포지엄’에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스포츠토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으나, 매출총량제한과 과몰입방지 등의 규제로 인해 합법 스포츠토토가 불과 몇 분 만에 발매를 중단하면서 스포츠 베팅에 대한 수요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로 이동하게 됐고, 이에 따라 일반인까지도 불법 스포츠 도박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케이토토 관계자는 28일 “최근 우후죽순으로 활개를 치고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해 체육 부문의 공적기금은 물론 국부 유출까지도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며 “더욱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마련을 통해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국가 및 사회적 폐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