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은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3번 주전 외야수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선 MVP급 활약을 펼쳤다.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5회초 2사 만루서 삼성 선발 장원삼의 시속 130km짜리 체인지업을 받아쳐 2타점 우전적시타를 만들었다. 3-0으로 달아나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5-0으로 리드한 7회 무사만루서도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민병헌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내가 몇 타수 몇 안타를 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반드시 내가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김)현수든, (허)경민이든 상관없이 누군가가 중요할 때 한 방을 치면 우리가 이긴다”고 강조하고 있다. 말은 편하게 했지만, 그 한 방을 치기 위해 타석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는 이가 민병헌이다. 그는 득점 찬스가 오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주자가 나가면 어떻게든 방망이를 대야 한다는 마음으로 눈이 아플 정도로 공을 노려본다”고 귀띔했다.
민병헌은 시즌에 돌입하면 오로지 야구에만 몰입한다. 상대팀 투수의 공략법을 고민하느라 잠 못 든 날은 셀 수 없이 많다. 부족하다 싶으면 쉬는 날에도 방망이를 들고 나와 납득할 때까지 훈련한다. 그런 노력이 모여 두산에서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에서도 주력 외야수가 됐다. 포스트시즌에서 나오는 그의 ‘한 방’도 쉼 없이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다.
긴 페넌트레이스에 포스트시즌까지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민병헌은 어여쁜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들이 있어 힘이 난다. 그는 KS를 앞두고 “아내의 촉을 믿는다”는 재미있는 말을 했다. 이유인즉, 아내의 포스트시즌 예상이 다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민병헌은 “아내가 준플레이오프 때 3승1패로 두산이 이긴다고 했고, 플레이오프는 3승2패로 KS에 올라간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며 웃고는 “KS를 치르기 전에는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났다. 아내가 ‘아버지가 날 지켜주시려고 나타났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 말을 믿는다. KS 우승은 하늘이 내려준다고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굳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