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이 보이지 않는다. 구자욱은 27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 2차전 8회말 대타로 출전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9회초 우익수로 나섰다. 1이닝은 그의 기량을 보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구자욱은 후반기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뷔시즌 최장기록인 23연속경기안타를 치며 매서운 타격감을 뽐냈지만, 9월 3일 옆구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9월 16일 다시 1군에 등록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곧장 KS를 위한 담금질이 시작됐다. 사상 첫 통합 5연패를 노리는 삼성의 ‘히든 카드’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KS무대에서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대타로 밀렸다. 이유는 뚜렷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큰 경기일수록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자욱은 내·외야를 두루 볼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지만, 수비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중견수 박해민에 비해 수비범위가 좁고, 채태인보다 1루 수비력이 떨어진다. 또 3루수 박석민보다 안정감이 부족하다.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에 비해 경험도 떨어진다. 이에 확실한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왼손대타요원으로 KS 엔트리에 올랐다.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1·2차전에 테이블세터로 나선 박한이와 박해민이 엇박자를 냈다. 1차전에선 박한이가 4타수 2안타, 박해민이 무안타였다. 2차전에선 박한이가 무안타에 그친 반면 박해민은 2안타를 때렸다. 정규시즌 동안 리드오프로 활약한 구자욱이 좀더 완성된 라인업을 만들어줄 수 있다.
삼성으로선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주축 투수 3명이 빠지면서 타선의 짜임새가 더욱 중요해졌다. 지명타자 이승엽과 채태인, 최형우도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언제든지 구자욱 카드를 낼 수 있게 됐다. 비록 1·2차전 선발라인업에선 배제됐지만, 3차전 이후 구자욱의 쓰임새는 더욱 요긴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