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말도 사람과 같이 저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다. 말을 구분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이 털색으로 구별하는 것이다. 말들은 밤색, 갈색, 흑갈색, 검은색, 회색 등 5가지 색으로 분류한다. 어두운 모색의 경우 빛의 광량에 따라 조금씩 달라 보이긴 하지만 일정한 광량아래 유심히 살펴본다면 일반인도 쉽게 구별해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경주마로 쓰이고 있는 더러브렛 종에는 백마가 없다는 것이다. 외관상 환상적으로 보이는 백마는 회색 털을 가진 말이 늙어가면서 흰색에 가까워진 것이다. 일종의 노화현상이다. 결국 모든 여성들의 로망인 ‘백마 탄 왕자님’은 ‘늙은 말에 탄 왕자님’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 ‘큰 별’, ‘작은 별’ 말 머리에 우주가 있다?
말을 구별해내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흰점이다. 대부분의 경주마들은 이마부분에 흰 점이 있다. 경주마는 경주에 출전할 때 대부분 가면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볼 수는 없지만 하마대에서 안장을 해체하고 마방으로 돌아가는 경주마들을 유심히 보면 흰 점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말의 점은 크기와 생긴 모양에 따라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점의 크기가 사람의 주먹보다 크면 큰 별이라 해 ‘대성’(大星), 크기가 엄지 첫마디 보다 작으면 작은 별이라 해 ‘소성’(小星), 이마에서 콧등 쪽으로 흐르는 점은 ‘유성’(流星)으로 불린다. 이 밖에도 반지모양의 ‘환성’(환星)도 있고 초승달모양의 ‘곡성’(曲聖)도 있다. 또한 그 생김이 일정한 형식이 없는 경우에는 ‘난성’(亂星)이라고 부른다.
● 모든 경주마는 ‘마이크로 칩’을 몸속에 장착
모든 경주마들의 목 부위에는 ‘주민등록증’이 있다. 이 주민등록증은 말의 목 안쪽에 삽입되기 때문에 실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경주에 출전하는 마필이 바뀌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고안해낸 말 구별법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경주용으로 활용되는 말은 생후 6개월 전에 몸에 개별마필의 혈통, 출생기록 등 개체정보를 담은 손톱보다도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 칩’을 장착하게 된다.
말의 왼쪽 목 부위 근육 속에 주사기로 삽입되는 이 칩에는 15자리의 숫자로 구성된 일련번호가 입력된다. 사람으로 치자면 주민등록번호인 셈. 사람과 마찬가지로 각 경주마들은 이 번호를 통해 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정보를 관리하게 된다. 경주에 나서기 전에는 특수한 장치를 통해 마이크로칩의 정보를 확인하고 경주출마등록된 정보와 일치해야만 경주에 출전할 수 있다.
● 말도 족보가? 뼈대 있는 가문만이 경주에 출전
모든 더러브렛 경주마는 사람처럼 족보가 있다. 혈통서(STUD BOOK)라고 불리는 경주마의 말 족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며 족보가 없는 말은 어떠한 경주에도 참가 할 수 없다. 때문에 말의 족보는 사람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된다. 각 생산농가로부터 혈통등록 요청이 들어오면 렛츠런파크 말등록원의 전문가들이 예비경주마를 생산한 농가를 찾아가 요모조모 따져가며 말을 구분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전해의 공식적인 교배기록이다. 국제적으로 경주마는 인공수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교배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매년 연말 씨수말 보고서 및 씨암말 보고서, 그리고 교배증명서 등이 실제 교배여부를 증명해주는 서류가 되겠다. 이러한 일련의 확인작업을 거쳐 렛츠런파크 말 등록 담당자가 혈통서에 이름을 올려주어야 비로소 경주마로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