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2억달러 장기계약 나이가 걸림돌 다저스팬 50% 5년 이상 계약 부정적 두 살 어린 프라이스 FA 영입에 무게
3년 총액 7100만달러의 계약을 포기하고 프리에이전트(FA)를 선언한 우완투수 잭 그레인키(32)의 다음 행선지가 스토브리그 최대 관심사다. 일단 원 소속팀 LA 다저스는 형식적으로나마 그레인키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했다. 그레인키가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기보다는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레인키가 원하는 수준은 연봉 총액 2억달러 또는 평균 3000만달러의 연봉으로 추산된다. 32세인 그레인키를 영입하기 위해 연봉 3000만달러에 7년 계약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장 2∼3년은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하겠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위력적인 공을 던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딜레마다.
그레인키와 비슷한 사례로는 뉴욕 양키스 좌완투수 CC 사바시아(35)를 꼽을 수 있다. 양키스로 이적한 후 첫 3년 동안 59승28패, 방어율 3.18을 기록하자 사바시아는 7년 1억6100만달러의 기존 계약을 수정해 8년 1억8600만달러가 보장되는 계약을 했다. 평균 235이닝을 던지며 208개의 삼진을 잡았던 것을 고려해 양키스는 순순히 사바시아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러나 최근 4년 동안 사바시아는 38승33패, 방어율 4.35에 그쳤다. 특히 올 시즌에는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는다며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 팬들을 실망시켰다.
물론 그레인키는 사바시아와 다를 수 있지만, 리스크는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더욱이 뉴욕 메츠가 올해 영건 4총사를 앞세워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것을 보면 기량 쇠퇴가 불을 보듯 뻔한 30대 노장과 장기계약을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일 수 있다.
다저스 팬들도 그레인키와의 재계약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23%만이 그레인키가 원하는 조건을 무조건 수용해 잔류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50%는 5년 이상의 계약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년 남은 계약기간을 파기한 그레인키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를 포기하자는 의견으로 풀이할 수 있다.
만약 그레인키를 놓칠 경우에는 그보다 두 살 어린 좌완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토론토)를 장기계약으로 영입하는 것이 훨씬 더 실속이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프라이스를 잡기 위해선 시카고 컵스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컵스 조 매든 감독은 탬파베이 시절, 프라이스를 신인 때부터 6년간 지도한 인연이 있다.
‘돈으로는 결코 우승을 살 수 없다’는 진리를 3년 연속 경험한 다저스의 베팅은 과연 어느 쪽으로 기울까. 그레인키와 프라이스 중 내년 시즌 다저스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을 주인공은 누가 될지 스토브리그 초반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