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즈만, 공연장에 있던 누나 생존… 디아라 사촌누나는 사망
英서 자선축구 연 베컴 “태양이 떠오르면 희생자들 기억할 것”
프랑스 파리 테러 소식에 애타게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던 두 축구 선수의 명암이 엇갈렸다.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동북쪽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친선경기에 나선 프랑스 대표팀의 라사나 디아라(30)와 앙투안 그리즈만(24). 전반전에 테러범들의 연쇄 자폭으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지만 선발로 나서 나란히 80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테러 사실을 몰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선수들은 프랑스의 2-0 승리가 확정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통로에서 TV를 통해 테러가 일어난 것을 알았다.
가족과 친구들의 걱정이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가 빗발치는 가운데 디아라는 절망에 빠진 채로 새벽을 맞았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어제 일어난 테러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사촌 누나가 테러리스트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그는 “100명이 넘는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됐다. 모든 사람이 피부색과 종교에 관계없이 단결해 테러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즈만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누나가 인질극이 벌어진 바타클랑 공연장에 있다는 사실을 들은 그리즈만은 트위터를 통해 “신이시여, 누나와 프랑스를 보살펴 주세요”라며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14일 오전 3시경 누나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트위터에 “신께 감사하다. 누나가 극장을 탈출했다.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글을 남겼다.
테러 공포에 휩싸인 독일 선수들은 경기 후 한동안 경기장에 남아 밤을 지새웠다.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호텔로 이동하지 않고 라커룸에 매트리스 등을 깔고 쉬었다. 프랑스 선수들도 독일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에 머물렀다. 독일 대표팀 관계자는 “프랑스 선수들이 놀랍도록 뜨거운 동지애를 보여 줬다”고 말했다.
세계 스포츠계에는 테러의 아픔을 나누려는 물결이 번지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은 인스타그램에 에펠탑 배경과 함께 “이 아름다운 도시(파리)에 태양이 떠오르면 우리는 죽은 이들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기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14일 베컴의 유니세프 홍보대사 10주년을 기념해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자선경기에 참가한 박지성 등은 검은색 완장을 차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 축구의 레전드’ 지네딘 지단은 테러 여파로 불참했다. 베컴은 “지단의 결정을 이해한다. 프랑스 테러는 분명 그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서도 경기장 내 조명을 프랑스 국기 색상에 맞춰 조절해 추모의 뜻을 나타냈다. 중국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BMW마스터스에 출전한 선수들은 검은 리본을 달고 조의를 표했다.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1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프랑스와의 친선 경기에서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프랑스 국가를 합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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