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검증됐으니 뺏기기 전에 미리”
SK, 켈리-세든 잡고 타자도 영입… 2015년 시즌보다 무려 두 달이나 앞당겨
롯데, 효자 3인방과 10월 재계약… NC도 “기존 3명 함께 간다” 공언
‘재계약은 빨리빨리, 영입 준비도 미리미리.’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어느 때보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약부터 속전속결이다.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을 붙잡아 두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K는 15일 선발투수 켈리, 세든과 재계약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한 외국인 선수 재계약 의사통지 마감일이 10일이나 남았지만 SK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SK는 이날 타자 헥터 고메즈(27·도미니카공화국)도 영입해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했다. 1월 15일에야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한 올 시즌과 비교하면 무려 2개월가량이나 빠른 것이다.
NC와 kt가 가세한 데다 보유 외국인 선수가 3명으로 늘어난 것도 재계약을 서두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미 검증된 외국인 선수와의 재계약을 미루다가는 다른 팀에 뺏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린드블럼, 레일리, 아두치 등의 ‘효자 3인방’과 지난달 15일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친 것도 같은 이유다. kt 역시 지난달 26일 앤디 마르테와 재계약하고, 16일에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 슈가 레이 마리몬(27·콜롬비아)을 영입했다. NC도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는 않았지만 테임즈, 해커, 스튜어트를 모두 잡겠다고 밝힌 지 오래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자마자 에이스 니퍼트를 잡겠다고 공언한 두산도 15일 발 빠르게 새로운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29·미국)을 영입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환경이 좋아진 것도 외국인 선수의 조기 계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KBO리그가 외국인 선수들에게 매력적인 무대가 됐다는 것이다. kt가 영입한 마리몬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에서 뛰었다. 마리몬은 8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올 시즌 빅리그로 승격됐지만 시즌이 끝난 뒤 한국행을 택했다. 마리몬의 계약 총액은 60만 달러(약 7억 원). 2013년 삼성과 30만 달러(약 3억2000만 원)에 계약해 한국 땅을 밟은 밴덴헐크가 받았던 연봉의 두 배다. 더욱이 밴덴헐크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 2년 4억 엔(약 36억5000만 원)에 계약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강정호와 박병호는 KBO에서 활약 후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한국 진출이 더이상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것이다.
팀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선수 몸값은 앞으로도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새로 영입된 외국인 선수들의 평균 계약 총액은 63만3000달러(약 7억4000만 원)다. 이미 검증된 실력의 선수라면 연봉은 3배 이상 뛴다. 8월 100만 달러(약 11억7000만 원)를 주고 로저스를 데려온 한화가 그를 계속 붙잡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연봉을 제시할지도 관심사다. 니퍼트, 테임즈, 해커, 스튜어트도 잔류는 합의했지만 아직 세부 조건을 두고 구단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니퍼트의 올 시즌 연봉은 150만 달러(약 17억5000만 원)였다. 에이스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200만 달러의 연봉을 줘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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