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골프계는 여전히 바쁘다. 신규계약 또는 재계약을 앞둔 선수와 후원을 하려는 기업들, 그리고 더 좋은 대우를 받고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매니지먼트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눈치작전이 펼쳐진다. 벌써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몇 대기업의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들은 좋은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 쉼 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미 내년 후원 계획을 수립해둔 상황에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정보싸움이 필수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대기업의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를 비롯해 선수들과 직접 접촉하고 있는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는 눈에 띄는 신인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올 초 큰 기대를 받고 KLPGA투어에 데뷔한 신인들의 성적이 기대보다 저조하면서 그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 A사의 스포츠마케팅 담당자는 “신인들은 성적보다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최근 2∼3년 동안은 신인들의 활약이 계속되면서 몸값이 크게 올랐지만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면서 “신인들 중 1∼2명 정도가 유망주로 기대를 받고 있지만 예년처럼 수억 원에 이르는 계약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B씨는 “과거 신지애, 김효주, 백규정 선수처럼 한번에 투어를 장악할만한 실력을 갖춘 대어급 신인이라면 기업들의 영입 전쟁이 뜨겁게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 정도 실력을 평가받는 선수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수년 사이 가장 싸늘한 스토브리그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후원을 하겠다는 기업들도 예년에 비해 신중한 모습이다. C사는 신인급 1명과 계약을 거의 확정지은 가운데 추가로 1명 정도 더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D사 관계자도 내년에는 기존 선수보다 신인급 1∼2명을 추가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눈에 확 들어오는 선수가 없어 고민 중이다. E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신인급 보강은 1∼2명 정도로 예년에 비해 축소했다. 대신 기존 선수들과 재계약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F사에서는 내년에 팀을 대표할만한 스타 영입까지 계획해 두고 있지만, 문제는 연봉이다. 몇 년 사이 스타급 선수들의 몸값이 크게 올라가면서 신중한 모습이다. 선수들 몸값은 성적과 함께 스타성, 이미지 그리고 기업들의 경쟁을 통해 결정된다. 무엇보다 몸값이 폭등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업들의 경쟁이다. 그러나 올해는 경쟁을 피하려는 눈치다. 여자골퍼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져 자중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계약시장에서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계약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삼천리그룹은 1일 KLPGA 드림투어 상금왕 출신으로 내년 정규투어로 데뷔하는 신인 박지연(20)과 계약했다. 박지연은 내년 데뷔하는 신인 중 최대어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179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를 앞세워 드림투어 4승을 기록한 유망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