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법이든 빈틈은 있다. 도덕적인 문제가 있을지언정, 불법은 아니다. 게다가 정작 억울해야 할 당사자들은 침묵한다. 그렇게 ‘편법’은 인정받는다.
최근 한화는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넣었던 일부 선수들을 방출시켰다.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박성호(29) 최영환(23·이상 투수) 지성준(21·포수)이 지난달 22일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됐다가 28일 제출된 보류선수 명단에선 제외됐다. 타 구단에 내주기 싫었던 선수들이 ‘무적’ 신세가 됐다. 한화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최영환은 입대시키기로 했고, 또 다른 방출선수 한상훈(35·내야수) 이동걸(32) 허유강(29·이상 투수)까지 총 5명에게는 육성선수 전환을 제의했다.
육성선수는 과거 규약에 없던 ‘연습생’에서 출발했다. 야구규약 도입 이후 ‘신고선수’로 불리다 올해 명칭이 바뀌었다. 이름은 번듯해졌지만, ‘등록선수 밖’이라는 신분은 그대로다. 이번 방출 후 육성선수 제의는 FA(프리에이전트) 보상선수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심증은 있지만, 한화를 제재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규약상 위배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모든 구단들이 규약의 허점을 이용했고, 끝없는 규약 개정으로 빈틈을 메워왔다.
일단 KBO는 이 문제로 규약을 손보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만약 ‘방출된 선수는 해당 구단과 일정기간 동안 육성선수를 포함한 어떠한 계약도 맺을 수 없다’는 조항을 만든다면, 국내를 포함해 해외 어느 구단과도 자유롭게 계약이 가능하다는 자유계약선수(방출 즉시 이 신분이 된다)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구단 운영에 직접적으로 간섭한다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이 조항으로 인해 방출된 뒤 갈 곳을 잃는 피해선수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느끼고 있다.
타 구단 관계자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모 관계자는 “심증이 가지만 어쩔 수 있나. 운영팀 입장에선 이런 방법을 찾는 게 일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부터 규약의 허점을 찾아낸 직원들은 연봉고과나 승진으로 보상을 받아왔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이익을 창출한 ‘우수사원’이다.
물론 육성선수 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이런 식이면 운영비가 허락할 경우 한 구단이 200명 이상의 선수를 보유할 수도 있다. 현 규약상으로는 등록선수의 숫자만 제한할 뿐이지, 육성선수에 대해선 제한이 없다. 정작 이 문제에 대해 억울해야 할 당사자들의 침묵도 문제다. 선수는 방출될 경우, 어느 구단으로든 이적할 수 있다. ‘자유’의 몸이다. 제의가 오면 이적해버리면 그만이다. 실제로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팀들이 있다. 그런데 선수들의 움직임은 소극적이다. 또 제도의 빈틈이나, 이를 악용하는 구단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 힘들다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에 방출된 선수들은 내년 1월 31일 이후 육성선수 계약이 가능하다. 만약 이들이 계약 전에 구단 훈련에 참가한다면, 엄연한 ‘제재 대상’이다. 스프링캠프는 1월 중순 출발한다. KBO 관계자는 “만약 해당 선수들이 계약도 하지 않고 스프링캠프 등 단체훈련에 참가할 경우, 제재하는 방법을 실행위원회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