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원(17·삼일공고)은 한국 휠체어테니스의 희망이다. 2013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 장애인청소년대회에서 한국 최초로 이 종목 은메달을 땄다. 9월에는 테니스 US오픈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임주성(15·광주 유덕중)은 장애인 역도의 기대주다. 5월 제주에서 열린 학생체육대회에서 한국 신기록 3개를 세우며 3관왕에 올랐다. 둘은 공통점이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를 통해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49만 4460명이다. 전문가들은 등록하지 않은 장애인까지 포함하면 4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인구(약 5151만 명)의 5~8%가 장애인인 셈이다. 인구 20명 당 1명 이상이 장애인이지만 비장애인이 느끼는 장애인의 존재감은 이보다 훨씬 미약하다. ‘숨어 있는’ 장애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집 밖으로 나와 비장애인과 어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계기가 스포츠다.
미미했던 장애인들의 생활체육활동은 2005년 대한장애인체육회 출범 이후 달라지고 있다(그래픽 참조). 올해 8월부터 11월 30일까지 장애인 25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15.8%다. 2006년의 4.4%와 비교하면 10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장애인체육회는 2009년부터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신청하면 17개 시·도 지부 가운데 해당 지역 서비스팀이 직접 찾아가 장애유형에 따른 ‘맞춤형 종목’을 소개해 주고 동호회 활동까지 연결해 준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랐던 장애인이나 장애아동 부모 모두에게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임주성 군의 어머니는 “우연히 (이 서비스를) 알게 됐는데 처음에는 큰 기대를 안했다. 하지만 운동 효과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다른 장애아동 부모님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적장애를 가진 임주성은 3년 전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몸의 비대칭이 심해 똑바로 걷기도 힘들었다. 15kg짜리 곤봉도 들지 못했던 임주성은 요즘 110kg가 넘는 역기를 번쩍 들어 올린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출전 가능성이 높은 임호원은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팀 지도자들이 현장에서 발굴해 엘리트 선수로 육성한 케이스다.
‘찾아가는 장애인 생활체육 서비스’의 지난해 상담 신청 건수는 2500건이 넘는다.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많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도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현석 장애인체육회 과장은 “시설, 프로그램, 지도자 등 체육 활동의 3대 요소 가운데 장애인 생활체육은 지도자가 가장 중요하다. 장애인 체육시설이 부족하다고는 해도 지도자가 발로 뛰면 비장애인 체육시설을 섭외할 수 있다. 프로그램도 지도자가 만드는 것이다. 비장애인과 비교해 장애인은 여러 명을 동시에 가르치기 어렵다. 급증하는 장애인 생활체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도자 추가 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생활체육 지도자 증원은 2013년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정부도 장애인 생활체육의 중요성만큼은 알고 있었다. 이에 따르면 올해는 430명, 2016년에는 530명, 2017년에는 600명의 지도자가 17개 시·도지부에 배치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310명에 머물고 있다. 장애인체육회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지도자 추가 배치에 따른 예산을 요구했지만 2일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 예산안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총선을 앞둔 여야 의원 사이에 4000건이 넘는 ‘쪽지 예산’이 난무했지만 장애인 생활체육은 관심 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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